고환율에 미뤄지는 금리인하…10명 중 8명 "내년 1월에도 동결"

입력 2025-11-23 18:02
수정 2025-11-24 02:10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경제전문가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유지했다. 응답자 중 60%가 이달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한 달 만에 이런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달러당 1470원 위로 치솟은 환율과 1%대 성장률 회복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의 시급성이 줄었다고 판단해서다. 전문가 대부분은 이번 금융통화위원회뿐 아니라 내년 1월 열리는 다음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환율이 금리 최대 변수23일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설문에서 경제전문가 20명 전원이 오는 27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결정의 최대 변수로 꼽은 것은 ‘환율’이다.

‘현시점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20명 중 7명(35%)이 ‘환율 하락 등 외환시장 안정’을 꼽았다. 부동산과 환율을 함께 언급한 응답자까지 포함하면 10명 중 4명이 외환시장에 주목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약세 흐름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환율과 부동산이 불안정하다”고 했다.

최근 1년간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설문에서 한은의 금리 결정 요인으로 경기, 물가 등 거시 지표와 부동산 등 금융 안정을 제치고 환율이 첫손에 꼽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70원 위로 치솟는 등 환율 상승 흐름이 계속되면서 경계감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설문에서도 응답자 전원이 금리 동결을 전망했지만 이유로는 부동산 등 금융 안정(45%)을 제시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성장률, 회복세 뚜렷성장률 전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금리 인하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설문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1.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2%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1%대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 것이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내수 부양책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경기가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에도 소비쿠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평균 1.88%로 제시됐다. 잠재성장률(약 1.8%)을 소폭 웃도는 성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의 2027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84%로 내년에 비해 소폭 낮았다.

성장 회복 흐름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겠지만 중반 이후 모멘텀이 둔화할 것”이라며 “성장률이 내년 1.9%, 후년 1.8%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2027년부터 철강·석화산업의 글로벌 공급 조정이 예상된다”며 “건설투자도 개선되면서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명 중 4명 “내년 상반기도 못 내려”고환율에 따른 불안과 경제 회복세를 반영해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전망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 향후 금리 인하 시점을 묻는 질문에 다음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열리는 ‘내년 1월’을 꼽은 사람은 3명(15%)뿐이었다. 5명(25%)은 내년 2월로 예상했다. 내년 4월과 5월, 하반기 중을 선택한 응답자도 각각 2명(10%), 3명(15%) 나왔다. 4명(20%)은 추가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것이라고 봤다.

경제전문가 20인이 내놓은 한경 점도표의 평균 금리 수준도 높아졌다. 내년 상반기 말 금리 수준은 평균 연 2.35%로 제시됐다. 지난 설문 때 연 2.15%였던 것에 비해 0.2%포인트 올랐다. 내년 말 금리 수준은 연 2.25%로 제시됐다. 내년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내려갈 것으로 본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