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물렸는데 어쩌죠"…투자전문가 '파격' 조언 들어보니 [인터뷰+]

입력 2025-11-24 07:38
수정 2025-11-24 08:03


“최근 증시 변동성은 지수가 일정 수준에 안착하기 위해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포트폴리오를 압축하고, 분할매수를 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걸 추천합니다.” 올들어 수익률 123%…“추세를 활용하라”신지영 메리츠증권 광화문프리미어센터 1지점장(사진)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증시 변동성은 충분히 예상된 정도"라며 이렇게 말했다. 메리츠증권에서 국내 주식 전문으로 20년간 근무한 신 지점장은 올들어 이날까지 일임형 랩 계좌 수익률이 123%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를 대신해 유망 종목에 선별 투자하는 주식 위탁중개매매부터 시작해 일임형 자산관리까지 메리츠증권에서 장기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그는 “올해 상반기엔 조선·방산주, 전력기기주에 집중했고, 하반기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와 유망 바이오주에 투자한 게 수익률 비결”이라며 “외국인 자금이 주요 지수 동력이라는 점에 착안해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고 했다.

이어 “이번 장은 대형주가 추세적으로 가는 경향이 컸다”며 “주도주를 한번 편입하면 흐름이 꺾일 때까지 보유하고, 한두번씩 차익 실현을 한 뒤 내림목에 재진입해 다시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수익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매일같이 부지런한 투자 루틴을 지키는 것도 수익률을 내는 방법이라고 했다. 신 지점장은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때는 실적과 수급 주체 추이를 가장 많이 고려한다”며 “매일 정규장이 끝나면 외국인·기관투자가·금융투자 수급을 손으로 적는 게 투자 습관”이라고 했다. 매번 수급 추이를 직접 적어 기록하다보면 상대적인 수급 강도를 체감하기가 쉽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동안 시장 수익률을 이기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더라도, 한번 흐름을 놓치면 ‘엇박’이 나기 십상”이라며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장중이나 쉬는 시간, 휴일을 가리지 않고 증권가 리포트와 투자 뉴스를 꾸준히 본다”고 했다. “중소형 유망 종목을 발굴하기 위해선 기업 탐방도 다닙니다. 산업 현장에서 현직자의 얘기를 듣다보면 책상머리에선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얻을 때가 많거든요.” “물린 주식은 '손절'…신규 진입은 분할매매 추천” 신 지점장은 “최근 찾아오는 고객들의 최대 고민은 둘로 나뉜다”며 “주식을 갖고있는 경우엔 조정기에 어떻게 해야할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이는 지금 진입할지를 주로 묻는다”고 했다.

그는 “최근 장세에선 종목을 줄여 대응해야 변동성을 견디기 쉽다”고 조언했다. 한 섹터에서 네 종목을 담았다면 가장 유망한 ‘최선호 종목’ 하나만 남기는 식으로 압축하라는 얘기다. “반도체 섹터의 경우엔 대형주의 상승 동력이 더 큽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이익률이 뚜렷하게 높아질 전망인 반면, 소부장 기업이 직접 수혜를 받는 증설 투자는 2027년께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현 시점에선 대형주에 집중하는 쪽이 나은 거죠.”

소외 종목을 오래 보유해 속앓이를 하는 투자자에겐 과감한 ‘손절’을 권유한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나 리딩방 등에서 자잘한 종목을 추천받아 대량으로 매수한 뒤 ‘물린’ 채로 고심하다 찾아오는 이들이 종종 있다”며 “소외주가 오르길 바라며 그저 보유하는 기회 비용을 생각하면 빠르게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 수익을 내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신규 진입자에겐 분산 투자를 조언했다. 신 지점장은 “변동성이 겁나 아예 증시에서 눈을 돌리면 결국 ‘올라서 못 사고, 떨어져서 못 사는’ 채로 남게 된다”며 “원하는 가격대에 도달한 종목을 위주로 적은 비중으로 차근차근 진입하라”고 했다. “국내 증시, 단기 조정일 뿐… 내년에도 상승여력” 그는 고액자산가들에겐 단기간 고수익보다는 안정성과 환금성 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했다. 주식 40%, 채권 30%, 현금 15~20% 가량을 둔 뒤 나머지는 금이나 가상자산 등을 담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지점장은 “개인적으로 개미투자자의 포트폴리오는 좀더 ‘불리는 투자’에 집중하는 쪽을 선호한다”며 “주식 비율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60% 수준으로 보고, 현금은 10% 정도로 두는 편”이라고 했다.

국내 증시는 단기 조정을 거쳐 내년에 더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신 지점장은 “국내 증시는 단기 유동성만이 아니라 기업들의 실적, 증시 활성화 정책, 그간 낮았던 가치평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올랐다”며 “이같은 구조적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신 지점장은 “구조적 흐름에 따라 내년에도 기존 주도주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대형주의 경우 당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예정 물량까지 ‘완판’된 만큼 이익 안정성을 갖춘 한편 추가 상승여력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업종과 함께 바이오종목도 ‘수익률 게임’에서 빠질 수 없는 종목”이라고 했다. “그간 반도체 섹터가 오르면 바이오 섹터가 빠지는 경향이 컸지만 최근엔 두 섹터가 같이 오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기술력 있는 바이오 기업들이 여럿 등장하면서 바이오가 이제는 단순히 유동성에 기대는 테마 섹터가 아니게 된 겁니다. 신기술을 앞세워 실적을 키우는 종목들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