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가 AI 기술혁신 발목잡아…韓, 일하는 방식 고민해야"

입력 2025-11-23 18:05
수정 2025-11-24 00:39
“인공지능(AI) 시대라고 ‘기회의 창’이 영원히 열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를 잡으려면 필요한 만큼 일해야 합니다.”

로드리고 리앙 삼바노바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의아하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리앙 CEO는 “사회 전체로 보면 왜 그런 제도를 도입하는지 이해가 간다”면서도 “다만 미국 실리콘밸리 관점에서 보면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엔비디아, AMD, 구글 등 공룡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산업에서 성장 기회를 잡는 것은 ‘찰나의 순간’에 결정될 수 있다고 했다. 리앙 CEO는 “30년간 반도체업계에 있으면서 느낀 것은 크게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아주 짧게 열렸다가 곧 닫힌다는 점”이라며 “한번 표준이 확립되면 혁신의 여지는 급격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텔이 장악했던 ‘x86 아키텍처’ 기반 중앙처리장치(CPU)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영체제(OS)를 예로 들었다. 인텔과 MS보다 더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제품을 내놓은 기업이 등장했지만 이미 시장 표준이 굳어진 상황에서 이들 기업은 수십 년간 독점의 이익을 누렸다.

리앙 CEO는 “지금은 AI로 ‘세상을 바꿀 기회’가 활짝 열린 드문 시기”라며 “경쟁자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만큼 일하는 데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최첨단 반도체 기업이 존재할 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 집단이 있다”며 “세계와 경쟁하려면 기회가 열렸을 때 어떻게 속도를 낼 것인지를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얼마나 일하냐’는 질문에 “주변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매일 24시간 근무한다고 얘기한다”며 “주 100시간을 넘길 때가 많은데 이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은 오래 일하고 싶어 모인 곳이 아니다”며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필요한 근무 시간이 따라올 뿐”이라고 덧붙였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