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이 많지 않은 스위스 경쟁력의 원천은 결국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일찍부터 숙련 인재를 길러내는 직업교육에 집중해온 이유입니다.”
제롬 피테 스위스 보주 니용 직업학교(EPCN) 교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위스에서 직업교육 모델이 발달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스위스에서는 의무교육이 끝나는 중학교 졸업 시점에 전체 학생의 3분의 1만이 대학 준비 중심의 일반교육 과정을 선택한다. 나머지 대부분은 직업교육 과정(VET) 경로를 선택한다. 의무교육을 마친 뒤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피테 교장은 스위스 직업교육의 특징으로 실무와 이론을 동시에 배우는 구조를 꼽았다. VET 견습생들은 주 1~2일만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나머지 시간에는 기업에서 실무를 익힌다. 그는 “학교에서만 진행되는 직업교육은 이론에 치우치기 쉽다”며 “스위스는 ‘듀얼 트랙’을 통해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무 감각을 익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VET 이수자에게 해외 인턴십 기회도 확대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스위스 경제 특성상 해외 경험을 일찍 쌓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취리히주와 보주를 중심으로 시작된 ‘넥스트 스텝’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피테 교장은 “이수생들이 해외 기업에서 실무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해 보는 과정”이라며 “해외 경험을 통해 젊은 인재들이 글로벌 업무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스위스 VET 이수자를 받아들이는 데 특히 적극적이라고 했다. 피테 교장은 “대학 진학 대신 직업교육을 택한 인재들의 실무 능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현장에서는 ‘인턴들이 업무를 빨리 익힌다’ ‘성실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올해 취리히주와 보주는 주한스위스대사관 과학기술실의 지원을 받아 넥스트 스텝을 통해 20명의 인턴을 한국에 파견했다.
직업교육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학 중심주의’ 인식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피테 교장은 “스위스에서도 여전히 ‘대학만이 성공의 길’이라는 통념이 일부 남아 있다”며 “하지만 VET에서 출발해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례가 늘면서 사회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의 세르지오 에르모티 최고경영자(CEO)와 기 파르믈랭 연방 경제장관 등이 VET에서 시작해 고위직에 오른 대표적 인물이다.
피테 교장은 직업교육의 핵심은 학생이 스스로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를 찾도록 돕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업교육은 단순히 일자리를 얻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며 “젊은 세대가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경험하고 그 진로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면 업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