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원톱' 릴리, 업계 첫 시총 1조달러 터치

입력 2025-11-23 17:08
수정 2025-11-24 01:35
미국 일라이릴리가 세계 제약산업 역사를 다시 썼다. 지난 21일 제약사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시가총액) 1조달러 고지에 오르면서다. 빅테크가 주축인 ‘1조달러 클럽’에 릴리가 가세하면서 비만약 중심 ‘패러다임 전환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 전유물 ‘1조달러 클럽’ 가입23일 업계에 따르면 릴리는 21일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장중 주가가 1066.65달러까지 올라 시가총액 1조달러(약 1472조원)를 넘었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며 종가 기준 시총이 9500억달러로 내려갔지만 릴리가 보유한 신약의 미래 가치 등을 고려하면 1조달러 클럽 재진입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릴리를 제외한 1조달러 기업은 11곳이다. 이 중 9개는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다. 기술 기업이 아닌 곳 중 1조달러를 넘은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벅셔해서웨이 두 곳뿐이다. ◇위고비 누른 마운자로 ‘세계 1위’ 올라1923년 세계 최초로 인슐린 상용화에 성공한 ‘당뇨 명가’ 릴리를 기업가치 1위 제약사 반열에 올린 것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당뇨약 ‘마운자로’(비만약 미국명 젭바운드)다.

릴리 기업가치는 2023년 11월 마운자로 출시 당시 5500억달러에서 2년 만에 80%가량 상승했다. 이 회사 시총이 1000억달러를 넘은 것은 2017년이다. 8년 만에 10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데이비드 릭스 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GLP-1 계열 비만약 등이 기업가치 상승의 80%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1년 미국에서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GLP-1 단일 작용제 위고비가 ‘비만약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면 후속 약인 마운자로는 ‘체중 감량률 상향 시대’를 열었다. 위고비보다 출시는 늦었지만 이중작용제로 차별화에 나서면서 ‘기술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두 제품 비교 연구에서 마운자로 감량률은 72주 차 평균 20.2%, 위고비는 13.7%였다. 의료계에선 부작용 등 복용 편의성 면에서도 위고비보다 마운자로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올해 3분기 마운자로(당뇨약 포함) 매출은 101억달러로, 위고비(당뇨약 오젬픽 포함) 78억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81억달러)도 앞질렀다. 마운자로가 올해 세계 1위 의약품 ‘왕좌’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먹는 약, 2027년 삼중제 출격릴리는 노보노디스크와의 후속 먹는 비만약 경쟁에서도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기존 약을 개량한 펩타이드 계열 ‘먹는 위고비’로 접근한 데 반해 릴리는 펩타이드 대신 저분자 화합물 ‘오포글리프론’을 개발하고 있어서다. 저분자화합물은 펩타이드보다 유통이 쉬운 데다 생산단가도 낮출 수 있다. 먹는 위고비는 올해 말 미국에서 허가받아 내년 초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포글리프론도 이르면 내년 3월께 미국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릴리는 마운자로 후속 주사제로 삼중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후속 주사제는 아밀린 계열 ‘아미크레틴’이다. 레타트루타이드는 48주 차 감량률은 24.2%, 아미크레틴은 36주 차 24.3%다. 개발 속도는 레타트루타이드가 좀 더 빠르다. 릴리도 아밀린 계열 ‘엘로랄린타이드’ 개발에 뛰어드는 등 10여 개 비만약을 추가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근감소를 해결하는 유전자·이중항체 치료제 등으로도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시장 분석 기관 등에선 릴리의 비만약 매출이 2034년 1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