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민 "미국서 고생할 준비, 각오 모두 돼있어요"

입력 2025-11-24 08:21
수정 2025-11-24 20:58


"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첫 시즌부터 잘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시작하는 만큼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년 LPGA투어 진출을 앞둔 황유민의 얼굴에서는 ‘들뜸’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단단한 각오와 결의가 느껴졌다. 지난 22일 경기 여주 더시에나벨루토CC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황유민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일 자신도, 준비도 돼 있다”고 다부지게 각오를 밝혔다. ◆"100점짜리 시즌… Q시리즈 취소 짜릿했죠"
황유민은 올 시즌 한국 골프의 가장 뜨거운 스타다. 163cm의 가녀린 몸으로 250m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로 사랑받는 그는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시작부터 황유민은 심상치 않았다. 겨울 전지훈련 점검차 출전한 대만여자골프(TLPGA)투어 개막전에서 깜짝 우승하며 활약을 예고했다. 잠시 숨고르기를 이어간 그는 10월 미국 하와이에서 결국 '사고를 쳤다'.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자신의 후원사인 롯데의 초청선수로 출전해 우승했고, 이를 통해 2년간 LPGA투어에서 풀시드로 활동할 수 있는 직행 티행까지 따냈다. 그리고 지난 9일 막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3년간의 KLPGA투어 활동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그는 "올해는 목표로 잡았던 것들을 모두 이룬 100점짜리 시즌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특히 LPGA투어 우승은 한국 여자골프 전반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최근 몇년 사이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우승이 줄어들면서 골프계에서는 한국 여자골프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황유민이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여자골프의 새로운 부흥을 예고했다.



비회원 우승으로 LPGA투어 진출은 박인비, 유소연, 전인지, 고진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들의 루트였다. 2020년 김아림의 US오픈 우승 이후 황유민이 5년만에 되살린 것이다.

황유민은 "우승 덕분에 2년 풀시드를 얻어 LPGA투어에 적응할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얻은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다음달 4일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열리는 Q시리즈 최종전 출전을 신청해둔 상태였다.그런데 지난달 '하와이의 기적'으로 2년 풀시드를 따내면서 Q시리즈에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

황유민은 "롯데 챔피언십 우승 직후에 매니지먼트사에서 우승 축하와 함께 '내일 Q시리즈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말씀하시는 순간 정말 짜릿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우승의 기쁨보다 Q시리즈에 안간다는 기쁨이 커지더라"고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우승자 자격으로 L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은 압도적으로 장점이 많다. Q시리즈에서 최종 20위 안에 들면 내년에 LPGA투어에서 뛸 수 있는 시드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미국 무대로 나서는 방법이지만, 순위에 따라 출전할 수 있는 대회 수가 달라지고, 다음해 시드 확보를 위한 성적 압박을 피할 수 없다. 2년 풀시드가 확보되는 황유민은 투어에 적응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쳐볼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얻은 셈이다. ◆"돌격대장은 끝, '영리한 대장' 될게요"
내년 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힐튼 그랜드 베이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황유민이 루키로서 첫 데뷔하는 LPGA투어 대회다. 직전 시즌 우승자들만 출전하는 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무대에서의 여정에 오른다.

완벽한 도전을 위한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투어 중 실시간으로 샷을 점검받을 수 있도록 현지 코치를 현재 구하고 있고, 오래 전부터 영어 공부도 해왔다. 황유민은 "올해 여러 메이저대회를 경험하면서 쇼트게임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이동거리가 긴 LPGA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겨울동안 체력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떤 자리에서는 핀을 곧바로 노리는 저돌적인 플레이는 황유민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에게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하지만 이제 '돌격대장'은 내려놓을 생각이다. 황유민은 "사실 돌아보니 그간 제 플레이가 무모했던 적도 적지 않았다"며 "메이저대회를 경험하면서 무모한 돌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미소지었다. 이어 "이제는 좀 더 전략적으로 코스를 공략하려고 노력한다. 돌아갈 때는 돌아가고, 잘라갈 때는 잘라가는 '영리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황유민의 다음 꿈은 2028년 열리는 LA올림픽이다. "어릴 때부터 올림픽을 보며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통해 선수의 꿈을 키웠어요. 아마추어 때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며 활동하는 순간이 정말 행복했거든요. 꼭 올림픽 무대에서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국민들께 행복을 선물해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성장하겠습니다."

여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