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두고 간 신문지 속 '5000만원'…"학생에게 써달라"

입력 2025-11-22 11:48
수정 2025-11-22 11:54

아흔을 넘긴 한 할머니가 “어려운 학생에게 써 달라”며 5000만원을 기부한 사연이 알려졌다.

경희대는 최근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특별한 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경희대에 따르면 지난 5월 아흔을 넘긴 한 할머니가 우산을 지팡이 삼아 짚어가며 학교 본관을 찾아왔다. 그 후 신문지로 정성스레 감싼 5만원권 1000장을 교직원에게 건넸다.

당시 할머니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나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학생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이름을 물었으나 할머니는 "동대문구 회기동에 산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학교는 할머니의 바람대로 어려운 형편에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워가는 학생 50명을 선발해 '회기동 할머니 장학금'을 전달했다. 수여식에서는 조리·푸드디자인학과 2학년 최보라 씨가 ‘회기동 할머니’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를 낭독했다. 하지만 행사 내내 할머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 씨는 집에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받을 처지가 못 돼 대학을 자퇴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조리 교사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경희대에 입학해 학업을 이어갔다.

최 씨는 "할머니의 장학금으로 자격증 응시료를 내고 조리복도 새로 샀다. 무선 이어폰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싶었던 꿈도 이룰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할머니가 기념 촬영은 물론이고 모든 예우를 사양했다"며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까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기만을 바라셨다"고 전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