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MLB) LA다저스 김혜성 선수의 부친이 16년 전 빚을 진 일명 '고척 김 선생'에게 내달 20일까지 남은 5000만원을 갚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궁금한 이야기Y'에선 키움 시절부터 김혜성 선수의 경기를 따라다니며 채무 변제를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던 채권자 김 선생과 ‘빚투’ 논란의 당사자인 A씨의 만남이 공개됐다.
김 선생은 "A씨가 2009년 인천 송도 한 호텔 지하에 유흥업소를 운영했다. 난 그 업소 음악을 맡는 조건으로 보증금 1억원을 넣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았다"며 총 1억2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6년간 돈을 받아보려 했으나 A씨는 파주, 풍동, 부평, 일산 등지로 사업만 확장할 뿐 빚을 변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선생은 2017년 A씨 아들 김혜성이 프로야구 선수로 데뷔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김 선생은 "현수막 시위에 A씨는 '매달 돈을 갚겠다'고 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A씨에게 '혜성이 은퇴할 때까지 고척에 현수막을 걸겠다'고 했으나 '마음대로 하라'더라"라고 했다.
A씨는 아들을 대신해 명예훼손 혐의로 김 선생을 고소했고 두 차례 벌금형을 받았다. 김 선생은 현재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성 부친 A씨도 입장을 밝혔다. A씨는 “그분(김 선생)은 우리 아들이 잘나가니까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으니까 그 참에 돈을 더 받아야 되겠다는 식으로 압박했다”며 혜성이는 가만히 있었는데 제가 아버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린 나이 때부터 굉장히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1억2000만원을 김 선생에게 줘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부도가 나서 빚이 30억원이라 쉽게 해결하지 못했다”라며 “그래서 ‘당장 돈이 없으니 30만원, 50만원씩 주겠다’고 했고 현재까지 9000만원 정도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혜성이가 프로 데뷔 때 계약금으로 1억3500만원인가 받았다. 그 돈 전액을 빚 갚는 데 쓰라고 줬다”라며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빚이 있으니까 사업을 해서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차리는 비용으로 썼다”고 말했다.
A씨는 “1억2000만원 중 잔여 채무금 3000만원이 남았는데, 아들이 잘 나가니까 2억원을 달라더라. 그래서 ‘그런 계산법이 어디 있냐’고 몇 달 동안 싸웠다”고 전했다. 김 선생은 연 20%의 법정 이자율을 합해 해당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8월 개인 파산 절차를 밟았다. 이에 김 선생은 “억울하지만 너무 지루한 싸움이라 끝내고 싶었다. ‘5000만원만 주고 끝내자’고 했다”며 “하지만 천 번 속아 보니 믿음이 안 생겼다. 마침 김혜성이 입국한다고 해서 공항에 가서 시위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1인 시위를 하면서도 김혜성을 보면 항상 미안하다. 아버지한테 돈 받으려고 널 팔고 있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와 김 선생은 직접 만나 채무 변제에 대해 합의했다. 김 선생은 A씨에게 “진작 갚지 그랬느냐”라며 카메라를 향해 “‘혜성아 미안하다 네 아버지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