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 안정 대책으로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 등을 고민하는 것은 해외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가 환율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국내외 자산 배분 전략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기금 수익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실행하는 환헤지 전략이 기금 수익률을 높일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공단 등 4개 기관은 다음주 대책 회의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외환시장 안정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국민연금, 수익률 위해 환헤지 최소화21일 업계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시적으로 가동한 전략적 환헤지를 종료한 후 이날 현재까지 추가 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
환헤지는 사전에 특정 환율을 고정하는 거래다. 국민연금은 전술적 환헤지와 전략적 환헤지 등 두 갈래로 헤지를 한다. 전술적 환헤지는 전체 해외 투자 자산 대비 ±5% 범위에서 기금운용본부 판단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된다.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이 장기 평균 대비 과도하게 벗어났을 때 실행하는 대응 수단으로, 기금운용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승인이 필요하다. 시장에선 전략적 환헤지 발동 기준 원·달러 환율을 1480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수익성 차원에선 환헤지를 할 필요성이 없다고 평가한다. 국민연금은 2015년까지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해 100% 환헤지를 했지만, 이듬해부터는 헤지를 전혀 하지 않는 환 오픈 전략으로 전환했다. 2022년 국민연금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국민연금 수익률과 안정성을 높인다는 보고서도 발표했다.◇정부 “국민연금도 환율 고민해야”기재부와 한은 등 외환당국도 “수익률이 우선”이라는 국민연금 입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과정에서 외환시장이 왜곡되는 문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1213조원 중 해외 투자 금액은 58%(702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매년 증가하면서 해외 투자를 위한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 수요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수익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국민연금이 원·달러 환헤지를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바꾸는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헤지 정책을 바꾸는 게 어렵다면 국민연금이 환헤지 기준과 비중 등을 좀 더 모호하게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자산의 최대 10%를 특정 레벨의 환율에서 헤지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면 해당 환율 수준까지는 환율이 계속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국민연금의 환헤지 물량이 나오면 환율이 눈에 띄게 하락한다고 예상한다. 올해 초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실행했을 당시에도 달러당 1450원을 넘었던 환율이 1350원까지 뚝 떨어졌다.◇국민연금 자산 배분도 환율에 영향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조정 이슈도 비슷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정부와 기금운용본부는 현재 14.9%인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을 초과하는 수준의 전술적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기준치 자체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내 주식 비중이 늘면 외환시장에서 국민연금의 달러 환전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 전문가들은 국내 자산 비중 확대는 수익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추가 매수 여부는 어디까지나 기금운용본부의 운용 판단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민경진/강진규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