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70원을 돌파한 것은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받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주요 기술주가 급락하자 원화를 비롯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급격히 움츠러들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안전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면서 원화 가치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장중 한때 1476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1475원60전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최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 이슈가 불거지면서 환율이 치솟은 지난 4월 9일(1487원60전) 후 가장 높았다.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기술주 고평가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나스닥지수가 2.15% 급락한 영향이 작용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서 이날 하루에만 약 2조7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달러가 강세를 이어간 것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03 수준으로 전날보다 0.16% 내렸다. 하지만 사흘 연속 100선을 웃돌고 있다.
여기에 원화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는 엔화의 약세도 이어졌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전날보다 0.35엔 하락한 157.15엔을 나타냈지만, 엔화 약세 기조가 뚜렷하다. 전날 엔·달러 환율은 157.89엔으로 10개월 새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상승하는 ‘환헤지 프리미엄’(내외금리차-스와프레이트)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뜀박질한 환헤지 프리미엄을 환율 ‘고점 신호’로 해석한 기관투자가가 환헤지 규모를 늘리고, 그만큼 선물환 매도 물량이 쏟아진다는 의미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환헤지 수요가 늘면서 환헤지 프리미엄도 오름세를 보인다”며 “2022년 이후 환율이 고점을 형성했을 때 환헤지 프리미엄이 상승한 사례가 있고 이후 환율 하락과 환헤지 프리미엄이 동시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환율 안정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오름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박상현 iM증권 상무는 “외환당국이 개입할 것으로 관측되는 데다 엔화도 추가로 약세를 이어갈 여건은 아닌 만큼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환율이 1420~1490원 ‘박스권’에서 맴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강진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