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더 찾는 'K애니'…단순 지원 넘어 투자기금 필요하죠" [원종환의 '애니'웨이]

입력 2025-11-22 08:00
수정 2025-11-22 08:08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이 주목받는 지금이 업계를 발전할 골든타임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구로동에서 만난 강문주 한국애니메이션제작협회장은 "최근 들어 넷플릭스도 제2의 케데헌을 제작하기 위해 한국 회사를 발굴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존 팬층이 있는 IP를 살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방식 대신 신규 IP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흥행 신화 새로 쓴 K애니

강 협회장은 "K컬처가 떠오르면서 '한국 회사'라는 것만으로 해외에서 메리트를 느낄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침체기를 겪어 온 국내 업계가 해외로 뻗어나갈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박창신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장도 "케데헌을 제작할 때 그림이나 스토리텔링, 캐릭터 디자인 등에 한국인이 참여하면서 이미 저력을 인정받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애니메이션 업계는 국내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지난 2월 로커스가 만든 퇴마록이 50만명을 넘긴 것을 시작으로 한국을 소재로 한 케데헌은 연일 흥행 신화를 새로 쓰고 있다. 모팩스튜디오의 '킹오브킹스'가 미국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가 된 데 이어 '연의 아이', '달려라 하니 극장판' 등 신규 애니메이션도 공개됐다.

흥행 요인에 대해 강 협회장은 "90년대부터 소위 미국, 일본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업계가 역량을 축적해 온 게 성과로 이어졌다"며 "다른 콘텐츠 산업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성과가 나면 IP를 기반으로 꾸준한 실적을 내는 게 애니메이션"이라고 강조했다.



박 협회장은 "숏츠 전문 애니메이션 회사가 글로벌을 무대로 2600만명가량의 유튜브 구독자를 확보하는 등 업계의 스펙트럼도 다변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시장은 외국산이 발 디딜 틈이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협회장은 "인기 영유아용 IP를 확보한 국가가 많지 않은 현 상황에 또 다른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특성 고려해 지원 체계 달리 해야"도전 과제도 물론 남아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예산 지원 구조가 대표적이다. 현재 애니메이션 예산은 1년 단위로 규모를 확정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 협회장은 "통상 5~10년의 제작 과정이 필요한 애니메이션 제작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라며 "민간 투자도 씨가 마르다 보니 기금을 운용해 역량 있는 회사를 키우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출자하는 기금을 통해 애니메이션 회사에 직접 투자나 융자를 지원한 뒤 일정 비율의 수익금을 보장받는 방식이다. 박 협회장은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가 정착하면 중장기 애니메이션 사업 지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 전문 펀드의 정부 출자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문체부는 현행 200억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전문 펀드를 2029년까지 1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강 협회장은 "50%에 그치는 정부 출자 비율을 7~80%로 올려 저조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작품당 약 8억원에 그치는 지원 한도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박 협회장은 "방송사가 영유아용 애니메이션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장르를 제작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두 협회는 애니메이션 소비층과 접점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애니메이션제작협회와 애니메이션산업협회는 올해로 각각 31년, 13년째를 맞는다. 두 협회에 소속된 업체 수도 150여개에 이른다. 강 협회장은 "내년을 목표로 애니메이션 축제 개최를 추진하는 등 활동을 계속해서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