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커버 스토리 - 미리 보는 2026 ESG 키워드 ③ 녹색산업 전환(K-GX)
장장 여섯 번의 대국민 공청회를 거쳐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확정됐다. 정부는 산업계의 읍소와 시민사회의 요구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보다 야심 찬 53~61%의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이와 함께 같은 날 4차 배출권거래제안도 나왔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거래제는 배출 허용 총량 25억3730만 톤을 설정하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총량 내 시장 안정화 예비분을 포함했다. 또 발전 부문의 유상 할당 비율을 2025년 15%에서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산업 등 발전 외 부문은 15% 확대했다.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탈탄소 압력을 높이면서 정부는 녹색산업 전환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번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새로운 녹색산업 육성 기회로 활용해 탈탄소 녹색 문명의 선도 국가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본, GX 추진법 통해 기업에 자금 선지원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지원책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의 탄소중립사업법(NZIA), 독일의 기후행동법, 일본의 GX 추진법 등에 모태를 두고 있다. 이들은 국가 차원에서 녹색기술 산업에 재정을 투입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또 친환경 인증 제도 강화와 친환경 조달 확대 등으로 친환경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이 중에서도 K-GX의 모태가 된 일본의 사례를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보자.
일본의 GX(녹색 전환)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사회 산업 구조를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국가 전략이다. 2023년 5월 ‘탈탄소 성장형 경제구조로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추진법(GX 추진법)’과 ‘GX 탈탄소 전원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핵심 목표는 2030년 온실가스 2013년 대비 46% 감축, 2050 탄소중립 실현이다.
이는 환경 대책을 비용이 아닌 성장 기회로 인식해 규제보다 투자를 우선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일본 GX 전략의 핵심은 투자를 먼저 촉진하고, 규제는 나중에 도입하는 시간차 접근법을 택했다. 이를 ‘성장 지향형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라고 한다.
선행 투자를 위해 일본 정부는 2023년부터 10년간 20조 엔(약 180조 원) 규모의 GX 경제이행채(GX 국채)를 발행해 민간투자가 어렵거나 수소 및 탄소포집(CCS) 등 리스크가 큰 혁신기술에 먼저 자금을 투자한다. GX 국채는 향후 기업들이 부담할 탄소비용으로 충당한다. 2028년부터 도입할 탄소배출량 연계 화석연료 부과금과 2033년 본격화될 배출권거래제(GX-ETS) 유상 할당을 통해 탄소가격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일본 정부는 국채 자금을 마중물 삼아 민간투자를 포함해 향후 10년간 민관 합산 150조 엔 이상 투자하겠다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 부문의 전기차 전환 및 배터리 사업 육성, 재생에너지 부문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양산과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 개발, 발전소 혼소 실증 및 전소 기술 개발 등이 눈에 띈다. 이 외에도 철강과 화학 부문을 전기로 및 수소 기반 공정으로 전환하고, 그린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에너지 효율화와 전력망 최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K-GX 베일 벗나
우리 정부도 2035 NDC 수립의 후속으로 ‘K-녹색 전환 추진전략’을 내년 상반기까지 수립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후부 주관 범정부 K-GX 추진단을 구성해 분야별 과제를 발굴하고 업계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 우리 정부는 발전사 유상 비율 상향으로 확보되는 수익 전액도 ‘기업의 탈탄소 전환 지원 사업’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2035 NDC 달성을 위한 부문별 주요 감축 수단으로 전력 부문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산업 부문은 혁신 지원을 바탕으로 한 연료 및 원료의 탈탄소화 및 저탄소 제품 생산 확대, 건물 부문은 제로에너지 건축 및 그린 리모델링 확산과 열 공급 전기화, 수송 부문은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추진 전략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100GW 확대 ▲태양광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상용화 ▲전력망의 분산형 전환 ▲에너지저장장치(ESS)·초고압직류송전(HVDC) 산업 육성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화 ▲히트펌프 보급 가속화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 실증·사업화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각 분야에 대한 펀드 조성 및 세제 혜택 도입, 산업을 돕기 위한 전환 금융 제도화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재원 투자뿐 아니라 민간투자 확대를 위한 제도 설계도 관건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민간투자도 그만큼 따라줘야 규모가 커지는 만큼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