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한국이 '가성비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달러 강세로 여행경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데다 K 콘텐츠 열풍으로 한국 여행 선호도까지 높아지면서 연말·연초 방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중일 갈등 여파로 한국을 대체 여행지로 선택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 수요가 역대급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원화가치 하락에 韓, 여행경비 절감할 수 있는 가성비 여행지로 꼽혀
24일 업계에 따르면 환율은 여행지 선택의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환율 차이에 따라 여행 경비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거액의 환전이 필요한 유학, 해외파견 대비 적은 비용임에도 환율 변동은 여행객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환율이 내려가면 호텔과 식사, 쇼핑 등 현지에서 체감하는 가격 또한 낮아지면서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여행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성비 여행지로 주목받는다. 엔화 가치가 800원대로 하락한 지난해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급증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올해 방한 시장은 K 콘텐츠의 전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 원화 가치 하락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직결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원화 약세와 맞물려 미국 시장의 방한객 증가율이 전체 평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와 여행업계에 따르면 2~4월 미국의 방한 증가율은 전체 평균 증가율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상승세가 시작했던 1월에는 미국 시장 증가율이 20.3%로 전체 평균(26.8%)보다 약 6%포인트 낮았지만, 2월에는 15.7%로 평균(10.5%)을 5.2%포인트 상회했다. 3월과 4월에도 각각 전체 평균보다 1.9%포인트, 8.3%포인트 높았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00원대를 유지했다.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간 5~9월에는 미국 시장 방한객 증가율은 전체 평균 증가율을 밑돌았다. ◇ "환율 하락, 할인 혜택 같아"…연말 여행수요 급증 기대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00원 후반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기술주가 급락하는 등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달러화 가치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로 1400원대 환율이 유지되면서 한국은 가격 경쟁력 높은 여행지로 인식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특히 올해 연말과 내년 초에도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업계 전망이다.
인바운드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 관계자는 "환율 효과는 단순히 신규 방문객 증가에만 그치지 않고, 여행 패턴 자체의 변화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여행 일정을 늘리거나 예산 제약으로 고민했던 프리미엄 체험 상품을 선택하는 등 여행 소비의 질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달러권(달러를 쓰는 국가) 여행객들에게는 같은 예산으로도 더 풍성한 한국 여행 경험이 가능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비상계엄 당시 국내 정세 불안을 이유로 방한 여행객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오히려 수요가 늘었다"면서 "당시 '시위가 벌어지는 장소를 제외하곤 안전하다', '환율도 매력적'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고 말했다.
미국 커뮤니티에서는 지난해 연말처럼 '지금이 한국 여행의 기회'라는 반응이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레딧에 게시된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글에 한 누리꾼은 "달러가 원화 대비 강세를 보여서 (한국 여행에서) 마치 30% 할인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적었다.
또한 "(원화 가치 하락에)한국에서 저렴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것". "방문하기 좋은 시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中, 日 여행 자제령…대체 여행지로 한국 주목
중일 양국 갈등 여파도 연말 방한 수요 확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 이후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한 이후 한국이 대체 여행지로 주목받으면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대만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다음 날 국민에게 일본 방문 자제를 권고하는 등 본격 제재에 들어갔다.
현지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 대신 한국을 선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여행 플랫폼 취날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5~16일 한국이 국제선 항공권 예약량과 검색량 모두 급증, 최고 여행지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국내 여행업계에선 일본 역시 중국의 반일 감정 확산에 따라 중국 대신 한국을 선택하는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방한객 증가, 유통가 매출 확대 기대감 키워
무신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 매장은 외국인 고객 유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은 전체 거래액의 절반이 외국인이다. 성수점과 한남점도 40%가량이 외국인일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간 성수점 외국인 거래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70% 증가하는 등 외국인 고객 유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활발한 서울 주요 지역에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이 위치해있고, 실제로도 규모와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외국인 고객 증가가 전체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와 함께 외국인 여행객 사이 방한 여행 필수 방문지로 꼽히는 CJ 올리브영도 외국인 방문객 증가에 성수 상권 내 올리브영 매장 6곳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올리브영N 성수 오픈 전 평균 40%에서 올해 10월 기준 70%까지 늘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성수 연무장길 일대를 방문한 외국인 193만명 가운데 140만명이 올리브영N 성수를 찾았다. 외국인 4명 중 3명은 매장에 들른 셈이다.
외국인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매출 성장 전망도 나왔다. 대신증권은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올리브영의 올해와 내년 매출액을 각각 5조6000억원과 6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입국 수요 증가에 따른 올리브영의 인바운드 매출이 기존 전망을 웃돌 가능성과 온라인 매출 비중 확대에 따라 외형성장 및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문화에 대한 글로벌 관심, K-패션뷰티 쇼핑 수요가 맞물려서 여행 비수기인 겨울인 점 감안해도 전년도 보다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