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IP(우수고객)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충성도 높은 '큰 손'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최상위 등급 기준 금액 상향 조정, 인원수 제한 등 초프리미엄 VIP를 선정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VIP 선정은 구매금액, 방문 횟수, 연령 등을 기준으로 나뉜다. 각 등급별로 무료주차, 라운지, 발렛파킹 등 다양한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한다. 매년 등급 선정이 이뤄지는데,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공개한 2026년 우수고객 선정 기준에는 새로운 신규 등급이 신설됐다.
현대백화점은 2026년 2월 1일부터 2027년 1월 31일 적용되는 2026 VIP 프로그램에 '최상위' 신규 등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명칭은 논의 중인데, 적립 금액 최상위 고객이 대상이다. 기존에 가장 높은 등급인 '자스민 블랙'이 연간 1억 5000만 원인데, 해당 금액 이상 고객이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자스민 블루'는 1억 원 이상, '자스민'은 6500만 원 이상이다.
롯데백화점은 2026년 VIP 프로그램에서 기존 최상위 등급인 '에비뉴엘 블랙'을 '최상위 777명'으로 한정했다. 한 단계 아래인 '에비뉴엘 에메랄드'는 기존 1억 원에서 1억 2000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에비뉴엘 블랙은 에메랄드 등급 이상의 적립 금액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한다.
기존 5000만원 이상인 에비뉴엘 퍼플과 상향 조정된 에비뉴엘 에메랄드 사이에 8000만원 이상 사용자를 위한 '에비뉴엘 사파이어' 등급도 신설됐다.
지난 2024년 2025년 VIP 선정을 앞두고 대규모 개편을 단행했던 신세계백화점은 2026년 등급 구조와 금액 기준은 대부분 유지하고 일부 등급 명칭만 변경된다. 매출 2억 원 이상이 예상되는 최상위 999명 한정 '트리니티' 외에 1억2000만원 이상 '블랙 다이아몬드', 7000만원 이상 '다이아몬드', 5000만원 이상 '플래티넘', 3000만원 이상 '골드' 등 기존 7개 등급을 유지한다. 다만 1000만 원 이상의 '블랙'은 '에메랄드'로 변경된다.
2026년 VIP 등급 개편은 2025년에 이은 전반적인 VIP 문턱 상향과 고객 세분화가 핵심이다. 백화점들이 VIP 등급의 문턱을 높이고 고객 세분화를 진행하는 현상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 변화를 넘어, 소비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프리미엄 서비스의 희소성 유지라는 두 가지 핵심 목표에 따른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백화점 통합 4사 전국 매출 1위인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올해(1~10월) 기준 VIP 매출 비중이 52%로, 매출액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8.5%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 7일 기준 올해 누적 매출액이 3조 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연매출을 뛰어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조기 달성의 주요 요인으로 신규 VIP 유입에 따른 매출 증가를 꼽았다. 2023년 첫 3조 원 돌파 당시 VIP 비중은 49.9%였다. 올해 VIP 중 엔트리 등급인 레드(500만 원 이상) 고객의 수가 10%가량 성장세를 보이면서 향후 우수고객 확보에 긍정적인 시각이다.
업계 2위로 올해도 매출 3조 원 돌파가 예상되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VIP 매출 역시 1월~10월 기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매출이 가장 높은 판교점, 압구정본점 등을 중심으로 VIP 실적도 증가세다.
다만, 일각에서는 리셀러(중고 명품 거래자)로 인한 실적 부풀리기 등의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이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백화점 실적까지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 실적 판매는 백화점 측에 구매 상품의 결제 변경을 한 후 실적을 사려는 사람의 핸드폰 번호를 대신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물건을 구매한 영수증으로 온라인으로 적립해주는 방식도 있다.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 일반 고객들의 VIP 문턱을 높인다는 것.
여기에 초고액 VIP 고객과 그보다 낮은 등급의 고객 간의 혜택을 명확히 분리하기 위해 기준 금액을 높이고 새로운 등급을 신설하면서, 최상위 고객들에게 더욱 희소하고 개인화된(Private) 서비스를 제공하여 이탈을 방지하고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백화점 입장에서는 등급을 세분화하면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 등급별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춘 이벤트, 큐레이션, 판촉 활동을 진행할 수 있어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