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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방위산업 시장이 커지면서 항공기와 전투기 등에 사용되는 특수합금 기업들의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 대표적 기업이 미국 특수합금 제조사인 카펜터테크놀로지(티커 CRS)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따르면 카펜터테크놀로지 주가는 올 들어서만 84.7% 급등했다. 최근 1개월 수익률만 따져도 34%를 넘는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촉발한 글로벌 약세장에서도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1889년 설립된 카펜터테크놀로지는 스테인리스 스틸, 부식 방지 니켈, 티타늄 합금 등을 제조하는 특수합금 사업과 파우더 메탈 등을 만드는 고성능 정밀제품 사업을 한다. 이 중 특수합금 부문이 전체 매출의 86%를 차지한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특수합금은 항공기, 전투기, 미사일 등에 주로 쓰인다.
최근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6회계연도 1분기(올해 7~9월) 실적 보고서를 보면 영업이익 1억5330만달러(약 2249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30.8% 늘어난 규모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다. 특수합금 부문의 기여가 컸다. 특수합금 사업 영업이익이 1억7000만달러로 15분기 연속 증가했다. 현재 분기에 대한 영업이익 가이던스(회사가 제시한 전망치)로는 1억5200만~1억5600만달러를 제시했다. 2026회계연도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23% 늘어난 6억6000만~7억달러가 될 것으로 봤다.
실적 우상향은 우주항공과 방위산업 시장 확대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이 무기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전투기, 미사일 등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가 극한의 온도 및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특수합금이기 때문이다. 에어버스와 보잉이 항공기 생산을 확대하고,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들은 우주 사업을 키우고 있다.
카펜터테크놀로지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우주항공과 방위산업 수주가 전 분기 대비 23% 증가했고, 5개의 장기 계약 협상도 마무리했다”며 “이들 계약엔 상당한 가격 인상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항공기와 전투기뿐 아니라 가스터빈, 반도체, 2차전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수합금을 활용하고 있는 만큼 회사의 수주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수합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는 2023년 343억달러 규모였던 관련 시장이 2032년 728억달러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수합금 생산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진입장벽 역시 높은 편이다. 수요가 늘더라도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기존 제조사들이 고객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카펜터테크놀로지의 특수합금 부문 영업이익률은 32%에 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카펜터테크놀로지 목표주가를 올려잡고 있다. TD코웬은 기존 340달러에서 380달러, JP모간은 305달러에서 388달러로 상향했다. 이날 종가(324.15달러) 대비 17~19%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