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날아간 네이버 이해진…'디지털 화폐' 중동으로 확장

입력 2025-11-20 17:19
수정 2025-11-21 01:13
네이버가 중동을 핵심 글로벌 사업 무대로 키우고 있다. 이해진 의장(사진)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스마트시티부터 디지털 화폐·데이터센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며 중동 사업이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네이버와 사우디 국영 통신 SPA에 따르면 이 의장은 18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시티스케이프 글로벌 2025’에서 마지드 알호가일 사우디 지방자치주택부 장관을 만났다. 네이버는 행사에서 디지털 트윈·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반의 도시 운영 사례를 소개했고, 양측은 연구개발(R&D)과 기술 교류 확대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의 중동 공략은 2023년 사우디 지방자치주택부로부터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5월에는 사우디 주택공사(NHC)와 합작법인 ‘네이버 이노베이션’을 설립해 현지 스마트시티 핵심 사업을 추진 중이다. 메카·메디나·제다 등 3개 도시 디지털 트윈 구축을 완료했고, 사우디 지방자치주택부가 추진하는 도시 행정 플랫폼 고도화 사업 ‘발라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 2단계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처럼 중동 사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현지 시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등은 비석유 경제 전환을 목표로 스마트시티·AI·디지털 행정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국가 주도 프로젝트 비중이 높아 대형 플랫폼 사업 기회가 많고,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 디지털 트윈·AI 역량이 정부 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SPA는 양측이 부동산 투자 기반 디지털 화폐 협력과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네이버가 두나무와의 주식교환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 재편을 추진하는 만큼 이번 논의가 네이버의 글로벌 디지털 금융 사업 확장과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이 의장이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사우디를 찾은 데 이어 이번에는 창업자 겸 의장 신분으로 직접 회동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중동 전략 강화 의지가 읽힌다는 분석도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