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우침은 위대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출가한 석가모니의 보리수나무 아래 깨우침이 있었다. 그날의 깨우침은 가장 큰 종교 하나를 만들었다. 여기에 비하면 앞선 SK하이닉스 사례는 미미하다. 석가모니는 그 깨우침 자체로 위대하지 않다. 삶을 통해 보여 준 성인의 모습에서 위대함으로, 종교인 불교 창시자가 되었다. 얇은 머리에 종교를 얘기할 주제가 못 된다. 깨우침, 그 다음에 해야 하는 코칭 얘기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 안타깝게 못 봤다. 이 영화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에게 회자된 말이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근래 한미관세협상을 둘러싼 정치권 정쟁의 핵심 문장이기도 하다. 말꽤나 하고, 글꽤나 쓴다는 사람이 인용하는 단골이기도 하다. 해석의 몫이다. 어디에 가져다 붙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주관적이다. 물론 관통하는 핵심은 있다. 디테일의 중요성이다. 지금부터는 코칭적 해석이다.
만원에 8장하는 양말을 리어카에서 사 신는다. 나에겐 명품이다. 명품 잘 모르지만, 개념은 잘 안다. 그래서 명품이 왜 명품인지는 안다. 브랜드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속성이다. 작품 철학같이 보이지 않는 것부터 디자인, 마무리, 품질 등 보이는 부분까지 모두가 그 속성이다. 심지어 근무하는 직원들도 포함된다. 바로, 브랜드를 구성하는 속성들이 모두 디테일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디테일이 명품인 셈이다.
디테일 관점에서 보면 명품은 완벽함, 즉 무결(無缺)이다. 반대로 보자. 완벽하지 않은 디테일은 명품이 아니다. 결함(缺陷)이 있는 디테일, 그것은 이미 명품이 아닌 것이 된다. 아무리 고상한 작품 철학,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마무리나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명품이 아니다. 그래서 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적어도 명품에 대가를 지불할 사람들에게는 그래야 한다.
자, 이제 명품 관점에서 악마란 뭔지 보자. 무결의 완벽함이 명품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완벽함이 깨진다면 명품은 존재하지 못한다. 명품이 명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악마다. 악마가 같이 있는 명품은 존재할 수 없다. 명품의 최고 가치는 완벽함에 있다. 완벽한 명품은 높은 대가를 부른다. 대가가 클수록 명품 가치는 높아진다. 소위 얘기하는 명품의 선순환이다.
그 악마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명품 브랜드 속성을 상기해 본다. 작품 철학, 디자인, 소재, 마무리, 품질 같은 것이다. 철학과 디자인에는 악마가 숨을 틈이 거의 없다. 숨어 있다고 해도 찾기 쉽지 않다. 그러면 악마는 어디에 있는가? 남은 브랜드 속성, 즉 소재, 마무리, 품질 같은 것을 보자. 이제 눈치채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악마가 숨어 있을 공간은 여기 밖에 없다. 악마가 숨어들 가장 쉬운 공간은 마무리다. 품질과 같은 말일 수 있지만, 구분해야 한다. 마무리는 실수가 있을 수 있어도 품질은 실수가 없어야 한다. 명품의 최종 단계이기 때문이다.
마무리는 명품에서 뭔가? 소위 ‘한땀 한땀 장인정신으로 완성한 그 명품 자체’가 마무리다. 악마가 숨은 명품은 생각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작품 안쪽 바느질이 잘 못되어 실밥이 하나 터졌다. 품질 관리자도 못 걸렀다. 그대로 소비자에게 팔렸다. 높은 대가를 지불한 소비자는 어떨까? 다시는 그 브랜드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소비자는 존재감이 클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인플루언서(influencer)로 파급력이 강하다. 그 명품은 실밥 하나 터진 것으로 치명상을 입는다. 이것이 악마다. 왜? 악마는 흥하는 것보다 망하는 것을 선호한다.
명품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찾기 힘든 곳, 악마가 숨기 좋은 곳이다. 바로 거기가 디테일이다. 바느질 장인도, 품질관리 장인도 못 찾을 정도의 디테일이다. 디테일 오브 디테일(Detail of details)이다. 악마는 그래서 디테일에 숨는다. 디테일을 알아야 악마가 숨어 있는지 볼 수 있다. 그래서 디테일은 코칭의 핵심이다.
디테일을 못 보는 사람은 작품을 못 본다. 작품은 디테일의 합으로 완성된다. 그래서 디테일을 보는 것은 핵심 중 핵심이다. 누구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문제, 해결방안 등은 그냥 놓고 보면 어려움 그 자체다. 그런데, 그 문제를 미분해서 풀어 보면 전 과정에 있지 않고 특정 부위에 있다. 부산발 서울행 기차가 운행하지 못 한다면 423km 전 구간이 아니라, 특정 구간 그것도 1~2km 내에 일어난 문제 때문이다. 그것을 알면 부산에서 서울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문제 인식의 방법을 바꿔야 한다. 악마가 숨어 있는 디테일을 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코칭은 디테일에 이르게 하는 마법이다. 디테일 지점에서 드디어 깨우침이 시작된다. 그것도 스스로 말이다. 디테일을 알고 디테일을 지휘할 수 있다면 더 무엇이 필요하랴. 최고의 강점이다. 사물인 주전자를 우주로 만든 것도 디테일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더임코치/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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