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광장. 롯데월드몰 앞에서 광장을 바라보니 한 눈에 보기도 힘들 만큼 큰 트리가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냈다. 13m 높이에 인공 눈까지 내리는 초대형 볼거리다. 사람들은 쇼핑몰 주위를 거닐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트리를 감상하곤 했다. 롯데백화점이 마련한 ‘롯데타운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날부터 내년 1월4일까지 문을 연다.
2023년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을 운영해 온 롯데백화점은 올해 규모를 역대 최대인 2640㎡(약 800평)로 늘리고 접근성도 높였다. 롯데월드몰에서 밖으로 나오면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행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바이럴 과정을 통해 홍보 효과가 커지는 만큼 ‘인증샷 명소’를 만들기 위한 요소에 힘을 줬다. 롯데백화점은 대형 트리와 회전목마가 시그니처다. 올해 트리는 붉은색 하트 조명 장식으로 꾸몄으며 하루에 다섯 차례 인공 눈을 뿌리는 ‘스노우 샤워’를 펼친다. 회전목마도 2층으로 구성해 한 번에 30명가량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 길거리 부스엔 다양한 식음료 매장이나 기프트숍 등이 51개 마련됐다. 성수 팝업에서 화제를 모은 롯데웰푸드 '가나 초콜릿 하우스'가 크리스마스 마켓에 처음 참여해 '팻위치 뉴욕'과 협업한 초코 퐁듀 스틱 등 다양한 초콜릿 메뉴와 굿즈를 선보인다. 올리브영은 베이크 하우스 콘셉트로 스낵 브랜드 '딜라이트 프로젝트' 체험형 팝업을 운영하며 '슈링클스 키링' 만들기 등 참여형 이벤트도 진행한다.
먹거리 존도 강화해 지난해보다 20%가량 부스를 늘렸다. 초대형 '빅텐트 다이닝홀'을 중심으로 한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겨울 간식을 내세운 26개 식음료 부스가 운영된다. 프리미엄 다이닝으로 유명한 ‘모수’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성수동 핫도그 맛집 '밀스'의 '구루구루 소시지', 용리단길 맛집 '쌤쌤쌤'의 '떡볶이 윗 매쉬드 포테이토' 등 스페셜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됐다. 목제 오르골, 빈티지 테이블 웨어 등 유럽풍 크리스마스 기프트 상점과 팝마트, 레고 등 완구 기프트 부스도 있다. 마켓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 등도 있다.
방문객들이 소규모로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라운지’도 올해 최초로 운영한다. 오후 4시 이전 ‘주간’과 오후 4시 이후 ‘야간’에 걸쳐 70분씩, 하루에 총 7회 유료로 운영한다. 라운지에 머무는 동안에는 샴페인과 케이크가 제공된다.
롯데타운 크리스마스 마켓은 운영 기간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열린다. 오후 4시 이후에는 유료 입장만 가능하다. SNS 등에는 사전 예약 시작 전부터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판매한 1차 주말 패스트 패스 입장권은 10분 만에 매진됐다. 사전 예약 2·3차분 판매는 각각 21일과 다음달 8일 시작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매년 흥행한 만큼 수요가 몰리고 브랜드 협업 참여 요청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백화점 업계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화려한 연출 경쟁이 치열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시간을 잇는 마법의 세계’라는 주제로 만든 크리스마스 영상을 신세계스퀘어에 공개 중이다. 신세계는 영상 몰입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크린을 지난해보다 61.3m² 확장해 총 1353.64m²의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구현했다.
현대백화점도 압구정본점과 더현대 서울 등 백화점과 아울렛 전국 점포에서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을 주제로 크리스마스 테마 연출을 선보였다. 더현대 서울의 5층 사운즈 포레스트 H빌리지에서는 ‘아기 곰 해리’의 여정을 담은 콘텐츠를 선보이고 산타의 집, 편지 공방, 선물 공방, 포장 공방, 루돌프의 집 등 5개의 코티지를 차례로 관람할 수 있도록 볼거리를 마련했다.
백화점들이 단순한 장식 연출에서 벗어나 대형 포토존·키네틱 아트·인터랙티브 조형물 등 SNS 인증을 고려한 체험형 콘텐츠를 앞다투어 선보이는 건 소비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실물 소비가 둔화하는 가운데 체류 시간을 늘리고 소비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4분기가 백화점 연간 실적을 좌우하는 것 만큼 크리스마스 등 연말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