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 입찰' 호반건설 공정위 과징금, 절반 넘게 깎였다

입력 2025-11-20 12:33
수정 2025-11-20 12:36

이른바 '벌떼 입찰'로 총수 아들 소유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이유로 호반건설과 그 계열사들에 부과된 608억원 중 약 60%인 365억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0일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2023년 6월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동일인(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 기회를 제공한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호반건설이 2013년~2015년 유령회사에 가까운 계열사를 여러 개 만들어 공공택지 입찰 당첨에 유리한 구조를 만드는 벌떼 입찰을 했고,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는 총수의 장·차남 소유 회사인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에 양도했다는 게 공정위 조사 결과다. 계열사들에 입찰 참가 신청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택지 양도 이후에도 총수 2세 회사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지급 보증 2조6393억원을 지원했고, 호반건설이 일부 맡아 진행하던 936억원 규모의 건설공사도 2세 회사에 이관했다.

그 결과 총수 2세 관련 회사들은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5조8575억원의 분양 매출, 1조3587억원의 분양 이익을 얻었고 이런 부당 지원이 '꼼수' 경영권 승계로도 이어졌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었다.

호반건설과 계열사들은 공정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2023년 9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정거래 행정사건은 공정위 심결을 1심으로 보고, 항소심 법원이 판단한 후 바로 대법원으로 넘어가는 2심제로 이뤄진다.

지난 3월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가 부과한 전체 과징금 608억원 중 365억원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공택지 전매와 입찰 참가 신청금 무상 대여는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과징금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구 택지개발촉진법령상 공공택지를 '공급가격을 초과하는 가격'에 거래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호반건설이 공공택지를 '공급가격'에 전매한 것 자체를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공정거래법이 사업 기회 제공행위를 부당지원행위의 유형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택지 전매로 시행사업의 기회를 제공한 행위를 부당한 지원행위로 제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입찰 참가 신청금을 무상 대여한 행위에 대해서도 지원 금액이 회사별로 820만∼4350만원에 불과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PF 대출 지급 보증 지원과 진행 중이던 건설공사 이관 부분에 대해선 기존 공정위 처분을 유지했다.

PF 대출 지급 보증 지원 관련해선 "시공 비중을 초과해 지급 보증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신용위험만을 떠안게 됐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통상적인 거래 관행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주거용 부동산 개발·공급업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거나 경제력 집중을 야기할 우려가 인정된다"고 봤다.

건설 공사 이관에 대해서도 "총수 2세들에 대한 이익 제공 의도가 인정되며, 이를 통해 총 20억원에 가까운 부당 이익을 귀속시켰다"며 부당 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호반건설과 공정위 양측이 판결에 불복했으나 대법원도 이런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