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리더] 오은선 IBK기업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
올해 1월 IBK기업은행 자산관리그룹을 맡게 된 오은선 부행장은 자산관리 사업을 펼쳐 나가는 과정에서 IBK기업은행이 지켜야 할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많은 고객에게 안정적이고 따뜻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용적 자산관리’를 지향해야 한다는 게 오 부행장의 생각이다. 물론 고액자산가 고객의 니즈 또한 놓칠 수 없다. 결국 모든 고객군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가장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오 부행장은 “IBK기업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일선 PB들이나 센터장에게도 자산관리에만 국한해 업무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천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부행장과의 일문일답.
자산관리그룹 부행장으로 부임한 시점이 올해 초였는데요.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산관리그룹을 이끌며 느낀 점이 있다면.
“자산관리그룹을 이끌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신뢰의 중요성입니다. 고객의 자산을 관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금융 거래를 넘어, 고객의 삶과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일입니다. 특히 IBK기업은행의 자산관리 고객은 중소기업 오너와 근로자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들에게는 단기적인 수익보다 안정적인 자산 성장, 그리고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국내 자산관리 시장도 이런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일 상품 중심의 접근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고객의 재무 상황과 생애주기를 반영한 종합 포트폴리오 관리가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자산관리 서비스의 접근성과 효율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자산관리 경쟁력은 디지털과 휴먼 터치의 균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제공하는 편의성과 정교함에 더해,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PB의 진정성이 함께할 때 비로소 진짜 자산관리가 완성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진정한 금융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IBK기업은행의 WM센터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요.
“IBK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단순히 고액자산가에 한정하지 않습니다. 고액자산가가 밀집한 지역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거점 지역에도 WM센터를 전략적으로 배치했어요. 특히 공단에 WM센터가 들어가 있다는 게 IBK기업은행의 특징인데요. 시화공단WM센터, 남동공단WM센터 등은 도심형 WM센터와 달리 공단에 있는 중소기업의 니즈에 맞춰 자산관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만의 전략적인 노하우라고 할 수 있죠. WM 사업의 전략을 세우려면 그 대상이 누군지 파악해야 하는데, IBK기업은행은 일단 중소기업의 자산관리를 잘해줘야 하는 역할이 있잖아요. 거기서부터 출발한 거죠. 물론 고액자산가를 위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고객군의 니즈에 다 맞춰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갖고 있는 셈이죠.”
PB가 갖춰야 할 역량도 그만큼 커지겠네요.
“그래서 IBK기업은행 PB는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경우 은행원 생활의 3분의 2가량은 기업금융 영역에서 일했지만 그럼에도 기업의 대출 업무만을 하지는 않았어요. 전천후가 돼야 했죠. 저는 일선 PB들이나 센터장에게도 자산관리에만 국한해 업무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PB들은 이미 자산관리 분야에서 풍부한 지식과 자격증을 다 갖춘 직원들이에요. 자산관리를 넘어 다양한 고객 니즈를 맞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PB들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고객 한 분 한 분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와 더불어 금융, 세무,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분석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IBK기업은행 고객의 상당수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같은 키맨이에요. PB는 이들이 관심을 갖는 인수합병(M&A)도 공부해야 하고, 이 업체가 몸담은 산업의 동향도 알아야 합니다. 업계마다 비수기와 성수기의 바이오리듬이 있기 마련인데, 그 흐름을 알아야 돈이 언제쯤 들어오고 나가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요.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면 고객의 자산관리를 어떻게, 어디까지 해줘야 하는지 로드맵이 나오죠. 은행 차원에서도 PB들의 체계적인 역량 개발과 성장 경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외환, 채권은 물론이고, 기업금융과 연계한 승계, M&A 자문, 해외 자산관리 트렌드, 디지털 역량 등 복합적인 컨설팅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맞춤형 커리큘럼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PB들이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그간 부행장님께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 온 업무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자산관리는 고객의 노후와 기업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영역이기 때문에, 성과보다도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뢰를 잃거나 고객과의 관계 형성이 어긋난다면 성과 창출은 물거품이 돼 버립니다. 고객이 떠나 버리는 결과를 낳거든요. 저희가 지난 6월 펀드 완전판매 시스템을 오픈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1년 반 이상의 구축 작업을 거쳐 완성한 시스템인데요. 펀드 판매의 초기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상담 로드맵을 하나하나 제시하는 프로세스는 저희가 개발한 이 시스템이 처음이었다고 알고 있어요. 예컨대 초보자가 펀드를 판매한다고 해도 이 시스템 아래에서는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펀드 판매는 자격증이 있는 직원만 가능하지만, 꼭 당장의 판매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많은 행원들이 이 시스템을 활용해 펀드 완전판매에 대해 미리 공부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자산관리 시장에서 IBK기업은행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 지점은 무엇인가요.
“현재 시중은행의 자산관리 전략은 주로 초고액자산가를 겨냥한 프리미엄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시설과 차별화된 혜택으로 소수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식입니다. IBK기업은행의 자산관리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희의 핵심 고객은 중소기업과 기업 임직원, 그들의 가족입니다. 따라서 자산관리 역시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많은 고객에게 안정적이고 따뜻한 금융 서비스를 드리는 ‘포용적 자산관리’를 지향합니다.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며, 고객의 곁에서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자산관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는 IBK기업은행이 지난 64년 동안 걸어온 정체성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런 IBK기업은행의 성향을 반영한 사업을 소개한다면.
“올해 1월부터 스타트업WM이라는 차별화된 모델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고민했던 것은 ‘우리의 고객인 중소기업이 어떻게 하면 잘 클 수 있느냐’는 것이었어요.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이 되는 여정에 IBK기업은행이 함께하고 싶은 거죠. IBK기업은행의 모든 직원이 그런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스타트업은 초기 창업 기업이잖아요. 그동안은 IBK기업은행이 스타트업이나 초기 소상공인의 대출에 특화된 업무를 주로 했지만, 그들이 대출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아주 큰 자산은 아니더라도 수중에 있는 투자금을 자산관리 받고 싶을 수도 있어요. 기업 경영에 대한 경험이 없는 CEO들은 갑자기 큰돈이 투자금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스타트업WM인데요. 창업 초기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자산관리 상담을 지원하기 위한 모델입니다. 스타트업의 사업적 성장을 뒷받침할 금융 전략은 물론이고, 기업과 창업자의 개인 자산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자산관리가 아니더라도 퇴직금 관리, 급여 이체와 같은 기초적인 교육까지도 해줄 수 있죠. 상담하는 과정에서 유동자금이 필요하다는 니즈가 나오면 은행의 기업금융과도 연결해주고요. 은행권이 어린이 고객부터 확보하며 미래의 연속성 있는 거래를 기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중소기업이 일종의 신생아 시절을 겪을 때부터 그들의 미래를 함께 관리해주는 것이 IBK기업은행의 소중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전략도 궁금합니다.
“PB를 통한 오프라인 접점 강화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WM센터를 계속해서 만들 수는 없습니다. WM센터의 특성상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센터를 구축해야 하는데, 시대의 흐름상 내점 고객은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요. VIP 고객이라고 해도 수백 명이 한꺼번에 센터를 방문하지는 않거든요. 대신 필요한 곳에 PB가 찾아가는 영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서울 구로에 남부지원WM센터, 경기도 화성에 경기남부지원WM센터를 만들었는데, 운영해보니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향후 자산관리를 원하는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이 원하는 곳에 지원WM센터를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자산관리의 확장성을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IBK기업은행은 단순히 지점에서 상품을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문 PB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전국 20개 WM센터를 중심으로 한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WM센터가 지역 거점 허브 역할을 하고, 소속 PB들이 인근 영업점과 연계해 고객을 직접 상담하는 방식입니다. IBK기업은행 고객이라면 전국 어느 지점에서든 동일한 수준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PB들의 전문성을 더욱 고도화해, 가업승계, 기업 CEO 자산관리, M&A 자문 등 차별화된 컨설팅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 중소기업 CEO, 스타트업 창업자, 지역 기반 고객 등 IBK기업은행만의 핵심 고객군에 맞는 맞춤형 세미나와 현장 컨설팅 프로그램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고객이 어디서든 IBK기업은행 PB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중장기적인 계획은 무엇인가요.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평생 금융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디지털 혁신과 휴먼 터치가 조화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자산관리 영역에서도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의 몫이 늘어나는 것은 시대의 흐름입니다. 다만 자산관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데이터 분석과 수익률 관리는 AI가 해주더라도,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휴먼 터치 역량을 앞으로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고객 세분화 전략을 고도화하고자 합니다. CEO와 근로자, 은퇴 준비 세대 등 고객군별 특화 솔루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내부통제와 신뢰경영을 더욱 강화해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IBK라서 안심된다’는 신뢰를 확고히 하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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