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韓 태양광 年10조로 커지는데…"이대론 중국판 될 것"

입력 2025-11-19 17:45
수정 2025-11-27 19:12

“이대로면 연 10조원에 달하는 국내 태양광발전 시스템 시장은 ‘중국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민관이 힘을 합쳐 중국 공세를 막아야 합니다.”

지난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태양광업계 간담회 주제는 중국이었다. 싼값을 앞세워 한국 태양광 시장을 90% 이상 장악한 중국의 침공을 내버려두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급격하게 커질 우리 시장을 고스란히 중국에 갖다 바치게 될 것이란 얘기였다. ◇인버터 ‘택갈이’ 끝낸다
한화큐셀,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이 정부와 손잡고 중국산 인버터를 한국 중소기업 제품으로 대체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 저렴한 중국의 가격 공세에 대기업에 이어 중소업체까지 문 닫을 위기에 몰리자 국내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라도 국산품 사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데 민관이 뜻을 같이한 것이다.

전력계통 제어 등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버터 시장은 국내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태양광발전 설치량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27기가와트(GW)인 태양광발전 누적 설치량은 2030년까지 80GW로 세 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태양광발전 설치 용량은 연 3GW에서 10GW 이상으로 늘어난다. 인버터 시장만 연 1조~2조원 열리고, 셀과 모듈 등을 합친 전체 시장은 연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정부와 기업들은 일단 90%가 넘는 중국산 인버터 점유율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60%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국내 인버터 시장의 80%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 한화큐셀, 효성중공업 등 국내 ‘빅3’ 몫이지만 한 꺼풀 들춰 보면 전부 중국산이다. 중국산을 한국 브랜드로 이름만 바꾼 ‘택(tag)갈이’ 제품이어서다.

대기업들은 택갈이 비중을 순차적으로 낮추고 이노일렉트릭, 금비전자, 동양이엔피, 다쓰테크 등 중소기업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맡기는 방식으로 국산화에 나서기로 했다. OCI파워가 한 중소업체와 가장 먼저 협상을 시작한 데 이어 한화큐셀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중소기업들과 협의에 들어갔다. 중소 인버터 생산업체들은 대량생산을 통해 효율화함으로써 대기업 납품 가격을 최대 20%가량 낮추기로 했다. 또 ‘메이드 인 코리아’ 움직임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한국 태양광 인버터 산업협의체’도 발족하기로 했다. ◇태양광 생태계 복원 나선 정부기후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태양광발전 프로젝트 사업자를 선정할 때 국산 부품 사용률이 높은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식으로 국산화율을 높이기로 했다. 품질인증 기준을 끌어올려 저가 중국산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인버터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기후부는 인버터를 시작으로 태양광 셀과 모듈 국산화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태양광 셀과 모듈 역시 중국산보다 30%가량 비싼 가격 때문에 국내 시장점유율이 1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정부는 한화솔루션,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에 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밀린 이들 기업이 국내 공장 문을 닫기 전에 구체적인 인센티브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차세대 모듈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도 늘린다. ‘꿈의 셀’로 불리는 텐덤셀 상용화 연구비를 지원하는 게 대표적 예다. 텐덤셀은 실리콘으로 만든 기존 셀과 비교해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최대 1.6배 높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물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가 중국산 제품 수입가격을 조사한 결과 생산원가보다 싸게 판매한 사례가 여럿 발견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