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론스타에 승소' 놓고 벌어지는 정치인들의 공치사와 정쟁

입력 2025-11-19 17:25
수정 2025-11-20 00:06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벌인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에서 13년 만에 최종 승소하면서 약 4000억원의 혈세를 아끼게 됐다.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000억여원에 인수한 론스타와 우리 정부의 분쟁은 2007년 HSBC로의 매각이 불발되면서 시작됐다. 론스타는 우여곡절 끝에 2012년 3조9000억여원을 받고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넘겼다. 하지만 2조5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고도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더 비싸게 팔 기회를 놓쳤다며 약 6조원을 배상하라는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10년의 심리 끝에 청구액의 4.6%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아 든 우리 정부는 승산이 희박하다는 회의론 속에서도 판정 취소 신청을 냈고 이번에 전부 취소라는 ‘완승’을 거뒀다. 1심 판정부가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는 우리 측 주장이 결정적으로 통한 것이다.

이번 승소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인 건 맞지만, 정치권이 이를 공치사로 삼는 것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긴급 브리핑을 자처해 “새 정부가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한 것부터 민망하다. 2022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배상 판정에 불복해 취소 신청을 하겠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이자만 불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대통령실의 한 핵심 인사는 당시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적 결론이 판정으로 나올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라”고 날을 세운 한 전 장관과 야당도 마찬가지다. 뚝심 있게 취소 신청을 주도한 공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관련 부서의 장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검사 시절 ‘삼성 저격수’로 불리며 국정 농단 사건을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그다. 결국 모두 무죄가 선고된 이 수사는 10년간 삼성의 발목을 잡았을 뿐 아니라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우리 정부에 1300억원짜리 소송을 제기하는 빌미를 주기도 했다. 이번 승소는 전 정부의 승리도, 현 정부의 승리도 아니다. 사명감을 갖고 소중한 세금을 지킨 공직자들의 공(功)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