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시회에 나가면 소기업 혼자서는 만나기 어려운 그 나라의 핵심 기업 관계자까지 연결해 줍니다.”
부산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 스타트업 크로스허브의 김재설 대표는 부산의 디지털 혁신 역량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세워진 크로스허브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미국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 참여하고 현지 네트워킹을 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 부산은 지역 디지털 혁신 거점 가운데서 ‘글로벌 진출 지원’에 초점을 두며 기업들의 해외 확장을 돕고 있다. ◇ 글로벌 중심의 ‘부산형 혁신 거점’
부산시는 지역 디지털 기업 성장 기반을 촘촘하게 구축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정한 다른 지역 디지털 혁신 거점과 차별화되는 점은 디지털 기업의 글로벌 진출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기업 맞춤형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에서 바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연결점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2023년부터 기업 대상 원스톱 컨설팅 102건을 진행했고 올해 새로 시작한 글로벌 도약 패키지에는 15개 사가 참여했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을 앞두고 최근 12개 부산 지역 기업이 혁신상을 받았다. 이 가운데 샤픈고트, 코어무브먼트 등 9곳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컨설팅을 받았다.
19일 부산에서 만난 현지 기업인들은 적극적이었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샤픈고트의 권익환 대표는 “해외 파트너십은 초기 단계 회사로선 뚫기 어려운데 CES 혁신상 컨설팅을 받은 뒤 세르비아 시장까지 진출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욕조 제조기업 코어무브먼트도 산학연관 사업화연계기술개발(R&BD) 지원을 통해 현대중공업과의 계약을 성사시키고, 중국 RICHL그룹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총판 계약을 확보했다. 시니어케어 제품 수요가 증가한 해외 시장을 발굴한 뒤 부산의 수출 인프라를 결합해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항이라는 거대한 수출 기반도 이 같은 디지털 기업 성장에 힘을 보탠다. 인공지능(AI) 로봇 헬스케어 기업 론픽의 백준영 대표는 “부산은 헬스기구 수출이 쉽고 해외 바이어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도시”라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 물동량은 244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역대 최대치였다. ◇ ‘글로벌 디지털 매력도시’ 비전부산시는 향후 센텀2지구 준공을 통해 디지털 산업지대를 한 단계 더 확장할 계획이다. 센텀1지구에 이미 형성된 정보기술(IT)·콘텐츠 기업 집적도에 더해 2지구를 조성함으로써 기업 입주 공간을 늘리고 연구개발, 스타트업, 글로벌 협업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갖춘 ‘확장형 디지털 클러스터’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글로벌 디지털 매력도시’ 비전을 내세우며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글로벌 융합 허브 구축에 이어 기업의 해외 확장과 도약 지원이라는 ‘UP-IN-OUT’(끌어들여 성장시킨 뒤 해외로 진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센텀 지역 내 기관, 기업, 학교 등이 참여하는 산학연관 협의체도 가동 중이다. 센텀을 글로벌 진출의 허브로 조성하기 위한 공동사업 추진, 전문 인재 양성, 분야별 네트워킹 행사 등을 정례적으로 운영하며 지역 디지털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대학과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