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기업 최초 코스닥 도전 테라뷰…"한국을 아시아 허브로"

입력 2025-11-19 14:38
수정 2025-11-19 14:39

"테라뷰는 왜 한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한국을 아시아 사업 허브로 삼으려 합니다."

정밀검사용 장비 제조사 테라뷰의 돈 아논 대표는 19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에 상장하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2001년 설립된 테라뷰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다. 테라뷰는 영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

코스닥 상장 배경에 대해 아논 대표는 "한국과 아시아가 테라뷰가 비즈니스를 펼치는 주 무대가 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를 비롯해 많은 주요 고객사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테라뷰는 상장을 통해 한국에 주요 거점을 마련하면 주요 고객사와 신뢰 관계가 더 두터워지고, 아시아 전역의 생산라인에서 신속한 고객 지원이 가능하며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및 신규 시장기회 확보 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테라뷰는 테라헤르츠(THz) 기술을 활용한 검사장비를 개발했다. 테라헤르츠는 1초에 1조번 진동하는 전자기파다. 글로벌 첨단산업 기업들로부터 차세대 초정밀 검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비파괴 초정밀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논 대표는 이에 대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서로 다른 종류의 칩들을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하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며 "첨단 반도체 패키징 초정밀 검사에는 테라헤르츠 기술 기반 검사 장비와 솔루션이 중요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라뷰는 인텔, 삼성전자와 함께 첨단 반도체 검사장비 EOTPR 시리즈를 개발했다. 인텔,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장비를 공급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논문을 통해 '엔비디아는 모든 칩 공급사들이 반드시 테라뷰의 EOTPR 시리즈를 사용하는 것을 공식적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다고 전했다. 아논 대표는 "엔비디아, AMD 같은 선도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테라뷰 기술을 채택하면서 최근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공정 내 검사 시장 규모는 2024년 10조9000억원에서 2032년 18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7.5%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테라뷰는 2027년께 신제품 EOTPR 5000이 전면 도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테라코타(TeraCota) 시리즈도 주요 매출원이다. 테라코타 시리즈는 차량 페인트·배터리 전극 코팅 검사장비다. 하나의 장비로 전극의 두께·밀도·전기전도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앞서 테라뷰는 라코타 3000을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에 납품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는 테라코타 3500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향후 테라뷰는 사업 분야를 국방(전투기 기체 특수코팅 검사장비), 항공(기체·엔진 특수코팅 검사장비), 통신·컴퓨팅(6세대 통신장비 제작), 의료(암 진단 연구)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테라뷰의 2025회계연도(2024년 5월~2025년 4월) 매출액은 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5% 늘었다. 영업손실은 71억원으로 집계됐다. 테라뷰는 2026회계연도(2025년 5월~2026년 4월)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 전망치는 251억원을 제시했다.

테라뷰는 500만 한국예탁증서(KDR·Korean Depository Receipt)를 공모한다. KDR은 외국 기업이 자국 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에 맡기고 국내에 발행하는 지분 증서다. 테라뷰의 희망 공모가는 7000∼8000원이며 총공모 금액은 350억∼400억원으로 예측된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