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군의 1호 잠수함 장보고함이 34년간의 임무를 끝내는 마지막 항해에 나선다. 1992년 인수된 장보고함은 그동안 지구 둘레 15바퀴가 넘는 약 63만3000㎞을 항해하며 한반도 주변 바다를 지켰다.
19일 해군에 따르면 장보고함은 이날 오후 진해 군항을 출항해 약 2시간의 마지막 항해를 한다. 이날 항해에는 장보고함 첫 항해를 맡았던 안병구 초대 함장(예비역 준장)과 당시 장보고함 무장관, 주임원사 등 인수 요원 4명이 함께한다. 장보고함이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입항하면 진해 군항에 정박한 모든 잠수함이 기적을 울리며 임무 완수를 축하할 예정이다. 장보고함은 2023년까지 작전 임무를 수행하다 지난해 훈련함으로 전환돼 잠수함 승조원 교육훈련과 자격 유지 훈련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했으며 올 연말 완전히 퇴역한다.
장보고함은 한국이 1987년 독일에 주문해 도입한 209급(배수량 1200t급) 기반 잠수함 가운데 1번 함으로 1988년 독일 HDW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1년 진수했다. 이전까지 150t 이하급 잠수정(잠수함으로 부를 수 없는 작은 잠수선박)만 운용했던 한국 해군은 함정 인수요원, 정비요원, 감독관 등 장병 및 관계관 100여명을 1990년부터 독일로 파견해 교육을 받았다. 1992년 8월에 부대를 창설해 같은 해 10월 현지에서 장보고함을 인수했고 이듬해 6월 우리의 첫 번째 잠수함으로 정식 취역했다.
당시 해군은 첫 잠수함의 함명을 통일신라 시대 청해진을 중심으로 해양을 개척했던 장보고 대사의 이름을 따 '장보고함'으로 명명했다. 이후 8척의 후속 동급 잠수함이 대우중공업의 옥포조선소(현재 한화오션)에서 조립 생산되며 한국 잠수함 건조의 초석이 됐다.
2004년 환태평양훈련에선 미국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30여척을 모의 공격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는 등 대한민국 해군의 우수한 잠수함 운용 능력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이제권 장보고함장(소령)은 "장보고함은 잠수함사령부 창설의 초석을 다진 잠수함부대의 꿈이자 도전의 상징이었다"며 "앞으로도 장보고함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