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속형 상장리츠 시대, 개인의 자산형성 플랫폼으로 [이지스의 공간생각]

입력 2025-11-19 11:21
이 기사는 11월 19일 11: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동산투자회사(REITs, 리츠)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25년이 흘렀다. 2001년 부동산투자회사법 제정 이유를 보면 ‘소액투자자가 부동산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건전한 부동산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의 상장리츠를 모델로 국민들이 기관투자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우량부동산에 투자하고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투자상품을 구상했을 것이다. 이러한 취지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서 리츠의 공모를 의무화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펀드, PFV, SPC 등 부동산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 중 공모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은 리츠가 유일하다.

그러나 리츠가 개인투자자의 투자상품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기 상장리츠는 1~2개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후 정해진 만기에 자산을 매각하고 상장폐지, 청산하는 소규모 형태였다. 대부분의 우량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대규모 자금을 보유한 기관투자자의 영역이었다. 간혹 개인투자자에게 투자 기회가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 역시 수십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만 접근할 수 있었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제이알제2호기업구조조정리츠로 매입된 금호아시아나 별관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 후 6조6000억 원의 인수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인수 3년만에 매각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 사옥이던 금호아시아나 별관(현 크레센도빌딩)도 매물로 나왔다.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49인 미만의 고액자산가들이 작게는 몇억 원, 크게는 수십억 원 단위로 리츠에 청약했다. 일반 개인투자자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한 시장이었다.

2018년 이리츠코크렙리츠를 시작으로 영속형 상장리츠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총 22개의 영속형 상장리츠가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리츠제도를 도입한 일본,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초기 단계지만, 기관투자자 중심이던 우량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장리츠가 투자 비히클로서 가진 장점은 명확하다. 우선 단일 자산이 아닌 포트폴리오 투자로 개별 자산의 위험이 분산된다. 대형화될수록 신용등급이 상승하며 차입비용이 감소한다. 임대료 수익에서 담보대출이자와 각종 제세공과금, 부동산 관리수수료를 지급한 후 남는 금액이 주주에게 배당된다. 상장리츠는 담보대출뿐 아니라 담보부사채, 회사채, 전자단기사채 등 다양한 차입수단 중 가장 낮은 금리를 선택할 수 있다. 차입비용이 낮아지면 주주 배당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세제 혜택도 상당하다. 상장리츠가 투자하는 상업용 부동산은 재산세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받으며 종합부동산세가 면제된다. 2020년 6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모펀드와 공모리츠만 이 혜택을 받게 됐다. 주요 핵심업무지구에 위치한 토지가격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사모펀드와 상장리츠의 세금 차이는 에쿼티(Equity) 기준 연 0.6-1.0%p에 달한다. 동일한 부동산에 투자해도 사모펀드 분배금 수익률이 연 5.5%라면 상장리츠 주주는 연 6.1-6.5%의 배당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부대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펀드는 담보대출 시 근저당 방식을 사용하며 재신탁이 불가능하다. 반면 리츠는 근저당보다 저렴한 담보신탁을 이용할 수 있다. 금리 인하기에는 담보대출 만기를 2~3년으로 설정하고 차환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부대비용은 차환 시점마다 고정으로 발생하므로 장기투자 시 비용 차이가 누적된다.

상장리츠는 투자 비히클로서 기관투자자의 사모펀드와 비교해 전혀 불리하지 않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잠재 매수자로서 기관투자자와 경쟁할 수 있는 체급을 갖춰가고 있다. 앞으로 더욱 대형화되고 성장한다면 상장리츠 간 경쟁하는 시장도 형성될 것이다.

현재 22개 상장리츠 대부분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리츠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장리츠 시장은 분명 성장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이 25년 전 구상했던 ‘국민의 우량부동산 투자 기회 확대’라는 목표가 영속형 상장리츠를 통해 비로소 실현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DC, IRP, 개인연금 계좌를 통해 장기적으로 상장리츠에 투자하고, 노후에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상장리츠가 국민의 자산형성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