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광역시에 사는 A씨는 지방세 1억2000만 원을 10년째 내지 않았다. 본인 명의 재산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지자체 조사 결과 유명 음식점을 6년간 운영한 뒤 동생 명의로 사업자를 바꿔 같은 장소에서 계속 영업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배우자 명의의 수억원대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점도 확인됐다. 지자체는 가택수색으로 현금 500만 원을 징수하고 귀금속을 압류했으며 분납 약정을 받아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에서는 무허가 건물을 19년간 사용하고도 변상금을 내지 않던 C씨 사례도 있다. 미등기 건물이라 압류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지만, 구청이 건축물대장 존재를 확인해 건물을 압류하고 재개발조합에까지 통지하자 C씨는 입주권 매매 과정에서 1억3600만 원을 일시에 납부했다.
지방세와 과징금을 수년째 내지 않으면서도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사업장을 가족 명의로 돌려 운영해온 고액 체납자들의 실태가 드러났다. 행정안전부가 체납액 1000만 원 이상 고액·상습 체납자 1만621명의 신상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정부는 출국금지·통관 보류·감치까지 동원해 “고의 체납은 끝까지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세와 지방행정제재·부과금 고액·상습 체납자 1만621명의 명단을 위택스와 각 지자체 누리집에 19일 공개했다. 지방세 체납자가 9153명, 과징금 등 행정제재 체납자가 1468명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했다.
지방세 체납액은 총 5277억 원이다. 법인 3324곳이 2311억 원, 개인 5829명이 2965억 원을 체납했다. 지방행정제재·부과금은 법인 305곳과 개인 1163명이 1015억 원을 내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1804명, 경기 2816명으로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행정제재 체납자도 서울·인천·경기 665명으로 45%가량이 수도권이다.
체납액 상위권은 ‘억대’가 대부분이다. 지방세 신규 기준 개인 1위는 경기도 최성환 씨로 담배소비세 324억 원을 체납했다. 법인 1위는 서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로 재산세 649억 원가량을 내지 않았다. 행정제재·부과금 분야에서는 부동산실명법 위반 과징금, 개발제한구역 이행강제금 등이 다수 포함됐으며 수억 원대 체납 사례가 적지 않았다.
행안부는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잠정 대상자를 추린 뒤 지방세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전 통지한다. 이후 6개월간 소명과 자진 납부 기회를 제공한 뒤 최종 명단을 확정한다. 올해 소명기간 동안 지방세 체납자 4744명이 651억 원을 납부했고, 행정제재 체납자 1365명이 224억 원을 냈다. 체납액의 절반 이상을 납부하거나 총액이 1000만 원 아래로 내려가면 명단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명단 공개 외에도 체납자에 대한 제재를 크게 강화할 계획이다. 체납액 1000만 원 이상이면 관세청을 통한 통관 보류와 매각 처분이 가능하고, 3000만 원 이상이면 출국금지, 5000만 원 이상이면 법원의 감치 결정까지 요청할 수 있다.
또 금융정보분석원(FIU)과 협력해 고액 체납자의 금융자산 추적을 확대하고, 체납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국 지자체의 ‘체납관리단’ 운영도 확대해 유형별 맞춤 징수 사례를 공유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납세 의무는 국민의 기본 책무”라며 “성실 납세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고의 체납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