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통장을 통해 신축 아파트에 당첨되기가 바늘 구멍처럼 어려워지고 설사 당첨되더라도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청약통장 이탈자가 늘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청약통장 가입현황 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31만2993명으로 집계됐다. 전월 2634만9934명 대비 3만6941명 줄면서 월별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이탈하는 이유로는 치열한 당첨 가점 경쟁과 신축 아파트 분양가 상승, 강화된 대출 규제 등이 꼽힌다.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기 단지에서는 4인 가족 만점으로도 탈락하는 사례가 나올 정도다.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의 전용면적 74㎡ 타입 당첨 최저 가점은 74점이다.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만점인 69점으로도 당첨이 불가능하니 1, 2인 가구는 통장을 유지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처지다.
잠실르엘에서는 올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청약 만점(84점) 통장도 나왔다. 청약 가점 만점은 7인 이상 가족이 15년 이상 무주택을 유지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새 아파트 분양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605만2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했다.
서울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는 1422만6000원으로, 국민평형(전용면적 84㎡)으로 환산하면 15억9615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6·27 대책과 10·15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마련 부담은 더 커졌다.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고 1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중도금 대출은 분양가의 40%까지만 가능하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내기도 어려워졌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2859만9279명까지 증가했다가 올해 2월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올해 3월과 8월 소폭 반등했지만, 감소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가입 기간이 긴 1순위 가입자 이탈이 늘어나는 가운데 2순위 가입자 유입은 늘고 있다. 10월 말 기준 1순위 통장 보유자는 올해 1월 대비 42만2180명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2순위 통장 보유자는 29만3483명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1순위 청약자는 당첨 확률 하락과 자금 부담 확대로 이탈하고 있지만, 예비 수요자의 신규 진입은 늘고 있다"며 "청약 대기 수요 자체는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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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