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법무부에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사실상 만장일치 수준으로 통과시켰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의회에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Epstein Files Transparency Act)을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유일한 반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알려진 클레이 히긴스(공화·루이지애나) 의원이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수개월간 이 법안을 '민주당의 정치적 술수'로 규정하며 표결 자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렇지만 양당 의원들이 주도한 강제 부의안에 서명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당내 반란 기류가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화당은 숨길 게 없으니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이날 하원 방청석에서는 엡스타인 사건 생존자 수십 명과 가족들이 표결 순간을 지켜봤다. 표결에 앞서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을 비판하며 조속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 표결을 거쳐 대통령 서명이 있어야 정식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상원은 이르면 이날 표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서명할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쪽(상원)에서도 상당히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엡스타인 거리두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양자 회담을 갖던 중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난 그가 역겨운 변태(sick pervert)라고 생각해 오래전에 내 클럽에서 쫓아냈고, 결국 내 판단이 맞았던 셈"이라며 "엡스타인 이슈는 민주당의 사기(hoax)"라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 "엡스타인이 돈을 건넨 정치인들 목록이 담긴 보고서를 입수했다"면서 "그는 나에게는 돈을 전혀 주지 않았지만, 민주당 인사들에게는 줬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