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8일 11: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법인보험대리점(GA) 상장사 에이플러스에셋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내 매수가 아닌 공개매수를 택한 점이 행동주의 펀드로서는 이례적이다. 2대 주주 지위에 오를 만큼의 지분을 직접 대거 매입하고 나섰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소수 지분을 확보한 뒤 ‘동맹군’을 끌어들여 압박하는 다른 행동주의 펀드의 전략과 차이가 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날부터 20일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에이플러스에셋 450만1192주(19.91%)에 대한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공개매수가는 8000원으로 전날 종가(5900원) 대비 35,59%가량 높다. 총 360억원 규모이며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에이플러스에셋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1734억원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이전에 에이플러스에셋 주식을 4.99%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6월 에이플러스에셋의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로부터 사들인 물량이다. 스카이레이크는 보유한 에이플러스에셋 지분 9.78% 중 4.99%를 지난 6월 얼라인파트너스에 블록딜로 매각했다. 거래가는 주당 6330원, 총 71억원이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에이플러스에셋의 거래량이 많지 않아 공개매수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에이플러스에셋 주식 거래대금은 일평균 수억원대에 불과했다. 장내 매수를 통해 주식을 더 사들일 경우 지분율이 5%를 초과해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율이 공시되면 주가가 급격히 뛰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공개매수를 통하는 게 차라리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2대 주주에 오를 만큼의 지분율 확보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이번 공개매수 목표를 달성하면 총 24.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곽근호 에이플러스에셋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30.19%)을 이은 2대 주주다. 곽 회장이 단독으로 보유한 지분(20.06%)은 앞선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JB금융지주를 상대로 한 주주행동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2년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으며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최대주주 측을 압박해 배당성향 상향·자사주 매입 및 소각 추진 등을 통해 주가를 투자 당시보다 2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에이플러스에셋은 성장 잠재력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보험판매 채널인 GA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에이플러스에셋 주가는 2020년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부진을 거듭했다. 17일 종가는 5900원으로 공모가(7500원)보다 21.33% 낮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공개매수신고서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자본 효율성 제고, 경영성과 향상 등 주주가치 제고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지분율 확보에 성공하면 사내이사 교체 등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스카이레이크가 어떤 편을 들어줄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스카이레이크는 여전히 지분 4.79%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곽 회장 지분율(30.19%)에는 스카이레이크 측 지분율도 포함돼 있다. 스카이레이크가 얼라인파트너스 측에 서면, 얼라인파트너스 측 지분율은 곽 회장을 앞서게 된다. 현재 스카이레이크는 지분을 곽 회장과 공동 보유 중이라고 공시해둔 상태다.
에이플러스에셋의 주가는 개장 직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전 거래일 대비 1770원(30.00%) 오른 7670원에 거래 중이다.
최한종/송은경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