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북으로 끌려간 고교생의 어머니가 병상에서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납북 고교생 이민교(당시 18세)의 어머니 김태옥(93) 씨가 넉 달 넘게 병상에 누운 채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지난 1977~1978년 북한 공작원에 의해 전남 홍도와 전북 선유도에서 납치된 고교생 5명의 부모 중 홍건표 학생의 어머니 김순례(92) 씨와 함께 생존하고 있는 인물이다.
김 씨는 작년 5월 고교생 납북자 송환기원비 제막식에서 줄리 터너 당시 미 북한인권특사의 손을 부여잡고 "아들이 북에서 돌아오진 못하더라도 나 죽기 전에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달라"며 "김정은한테 우리 아들 면회라도 시켜달라고 잘 좀 말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한 바 있다.
지난 6월 급격히 기력이 약해져 입원한 김 씨는 지난달 골절로 수술까지 받은 후 최근에는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피랍 고교생 얼굴이 들어간 대북 소식지(전단)를 날릴 거라고 했더니 어머님께서 쌈짓돈 10만원을 따로 후원하셨다"며 "말씀도 제대로 못 하실 정도로 기력이 없으신데도 지난주 내 얼굴을 보자 아들 소식부터 물으신 것"이라고 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이 올해 4~5월 북을 향해 살포한 전단에는 고교생 납북자, 최 대표의 부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 등 납북 피해자 7명의 얼굴과 인적 사항 등이 담겼다.
이 단체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통일부와 접경지 주민의 요청을 수용해 살포 중단을 선언하며 통일부 등 정부를 향해 납북자 생사 확인을 간청했지만, 남북관계 단절이 계속되면서 납북자 생사 확인은 여전히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옥 씨뿐 아니라 작년 5월 남북 정상을 향해 아들 상봉을 호소하는 손편지를 쓴 김순례 씨 역시 노인성 치매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