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국내외 시장에서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도 휘청이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든 데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확산하면서 주요 자산 가격이 함께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24시간 전 대비 5% 넘게 떨어진 8만942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 12만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더리움, 엑스알피, 솔라나 등 다른 주요 암호화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1억4000만원 선이 붕괴했다.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24시간 전 대비 3.01% 내린 1억335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17일 1억4000만원 아래로 떨어진 뒤 내림세가 가파르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3300만원대까지 하락한 건 4월 이후 처음이다.
위험자산인 암호화폐뿐 아니라 안전자산인 금값도 하락세다. 이날 오전 11시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은 1.12% 하락한 트로이온스당 4028.70달러에 거래됐다.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면서 비트코인·금 등 투자 자산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57%로 예상하고 있다. 1주일 전보다 금리 동결 확률이 20%포인트 상승했다.
AI 거품론이 비트코인·금 등 투자 자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7일 1.55% 하락했다. AI 거품에 대한 불안감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비트코인과 금 시장에서도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당분간 자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고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투자 자산 선호도가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