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부도 보험' 등장…메타·구글 이어 아마존까지 빚투 확산

입력 2025-11-18 17:56
수정 2025-11-24 16:11
월가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더 확산하고 있다. 빅테크의 부도 위험에 베팅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까지 등장했다. CDS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목받은 상품이다. 빅테크들이 천문학적인 AI 투자 자금을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회사채 조달에 나서면서 ‘빚투’ 위험이 부각된 것이다.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인 피터 틸이 AI 대표주인 엔비디아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 빅테크 CDS 스프레드 급등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 사바캐피털매니지먼트는 최근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의 CDS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CDS는 부도 위험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다. 신용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수수료가 비싸진다. 사바가 ‘빅테크 CDS’를 판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사모펀드를 포함해 많은 투자은행이 이 CDS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S&P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오라클과 알파벳의 CDS는 2년 만에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CDS도 최근 몇 주 동안 급등했다. 오라클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수수료)은 지난주 1.05%(105bp,1bp=0.01%포인트)를 넘어섰다. 알파벳은 0.38%, 마이크로소프트는 0.34%에 거래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예측해 CDS를 대규모로 판매한 도이체방크는 합성위험이전(SRT)이라는 신용파생상품을 팔고 있다. SRT는 은행이 보유한 대출의 부실 위험을 외부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상품이다. ◇아마존도 회사채로 17조원 조달이 같은 움직임은 AI 패권 경쟁이 ‘쩐의 전쟁’으로 번지며 시작됐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등을 짓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차입에 나서자 이자 부담과 함께 기업 부실 우려까지 커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AI 인프라 투자 등의 목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120억달러(약 17조6000억원)가량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이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은 2022년 11월 이후 3년 만이다.

주요 빅테크는 AI 투자를 위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입을 늘리고 있다. 알파벳은 이달 초 250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메타는 지난달 300억달러를 조달했다. 오라클도 9월 180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모건스탠리는 AI 관련 인프라 투자에 2028년까지 3조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돈이 급한 빅테크들은 회사채로도 모자라 사모펀드와 합작법인(SPV)을 설립해 자금을 우회 조달하는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 조달)에 나섰다. ◇ “피터 틸도, 손정의도 다 팔았다”큰손들의 엔비디아 매각 소식도 시장 불안을 키웠다. CNBC는 이날 미국 헤지펀드 틸매크로가 지난 3분기 엔비디아 지분 약 9400만달러어치를 전량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틸매크로는 페이팔 창업자이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투자자인 피터 틸이 이끌고 있다.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도 지난달 엔비디아 지분 3210만 주(약 58억3000만달러어치)를 전부 매각했다. 앞서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도 엔비디아와 팰런티어 주가 하락에 베팅하며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권리)을 매수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AI 거품론에 가세했다. 피차이 CEO는 1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가 오버슈트(overshoot)하는 순간들이 있다”며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순간에는 이성적인 부분과 비이성적인 요소가 모두 존재한다”고 했다.

이는 1996년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닷컴 호황기에 ‘비이성적인 과열’을 경고한 것과 비슷하다고 BBC는 평가했다. 피차이 CEO는 AI 거품 붕괴 시 구글이 타격을 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를 포함해 면역이 있을 회사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