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2300억원을 투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을 증설해 대당 150억원이 넘는 초고압 변압기 생산량을 50% 이상 늘리기로 했다. 효성중공업은 설계·제작 난도가 높은 765㎸급 초고압 변압기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전력을 쓰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이 늘면서 송전 효율이 높은 초고압 변압기를 찾는 수요가 5년 이상 이어질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 2300억원 추가 투자 단행효성중공업은 멤피스 공장에 2028년까지 1억5700만달러(약 2300억원)를 투자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한다고 18일 발표했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정, 공장 등에 송전하기 전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역할을 하는 기기다. 대당 가격은 60억~200억원으로, 765㎸급 초고압 변압기는 150억원이 넘는다.
이번 증설은 AI발(發) 전력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현준 효성 회장(사진)의 뜻에 따라 단행됐다. 조 회장은 수차례 미국 출장길에 올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스콧 스트래직 제너럴일렉트릭(GE)버노바 CEO 등을 만난 뒤 증설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설이 끝나면 멤피스 공장은 미국 앨라배마의 HD현대일렉트릭 생산 공장을 제치고 미국 내 생산량 1위가 된다. 멤피스 공장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2020년 2월 4500만달러에 인수한 곳이다.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는지 여부가 전력 인프라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이후 효성중공업은 세 차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끌어올렸다. 인수 직후 초고압 변압기 생산 시설을 마련했고, 지난해부터는 4900만달러를 투자해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멤피스 공장 투자 금액은 모두 3억달러(약 4400억원)에 이른다.
과감한 투자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에 AI 붐이 부른 신규 수요가 더해져 ‘변압기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2020년 441억원에 그친 효성중공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625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영업이익은 6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 커지는 美 초고압 변압기 시장효성중공업은 이번 증설로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되는 765㎸ 초고압 변압기 점유율을 바짝 끌어올릴 계획이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지멘스와 GE버노바는 멕시코에서 변압기를 제작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멕시코 생산 제품은 부품 북미 조달 등 까다로운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25%의 관세를 내야 한다.
초고압 변압기 시장은 일반 변압기보다 더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정부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력을 늘리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등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345㎸, 500㎸ 대비 송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커진다. 효성은 미국 변압기 시장이 지난해 122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서 2034년 257억달러(약 37조5000억원)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 회장은 “추가 투자를 통해 북미 초고압 변압기 시장 1위에 올라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