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잠자던 스웨덴 깨워…민간기업들 앞다퉈 방산 러시"

입력 2025-11-18 17:22
수정 2025-11-19 00:41

“연구소에 인재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850명 정도였는데 전쟁 이후엔 1600명으로 늘었다니까요.”

지난달 25일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에 있는 국방연구소(FOI) 본사에서 만난 요하네스 말미넨 FOI 부국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마르틴 해그스트룀 FOI 부국장(사진)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변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FOI는 스웨덴 국방 연구개발(R&D)의 중추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9월 스웨덴 정부는 내년까지 266억크로나(약 4조원)를 국방 예산으로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당시 FOI 내에 방위 혁신 유닛을 설립한다고 발표하는 등 FOI의 디펜스테크 연구에 힘을 실어줬다. 해그스트룀 부국장은 “단순히 정책적인 상징이 아니라 연구 수요 급증에 따른 예산 편성과 조직 개편”이라며 “인공지능(AI)·자율주행 기술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스웨덴 국방 예산이 점점 감소하면서 FOI의 위상은 바닥을 모를 정도로 추락했다. 평화 무드가 오래가면서 정부는 국영 방위산업 기업을 줄줄이 민영화했다. 사브, 보포스, 코컴스 등 대표 기업이 국가의 품을 떠났고, 국책 과제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투자가 사라져 관성만 남은 방산 업체들은 ‘더 비싸고 더 느리게’ 제품을 제조하며 간신히 버텼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스웨덴 방위산업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스웨덴에서 불과 1000㎞ 떨어진 곳에서 목숨을 건 전투가 벌어지고, 드론과 인공위성, AI가 전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모습을 본 스웨덴 사람들은 방위 기술 투자로 눈을 돌렸다. 정부가 손을 쓰기 시작하자 기존 방산 업체는 물론 현지 곳곳의 민간 업체까지 디펜스테크에 뛰어들었다. 해그스트룀 부국장은 “많은 스웨덴 민간 기업이 사내에 방산 사업 부문을 새롭게 둘 정도로 산업계에서 유의미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말미넨 부국장은 “그간 스웨덴 업체들은 무기 설계와 새로운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노동 집약적 작업은 다른 나라에 맡기곤 했다”며 “이젠 업체들이 더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스웨덴에서 더 많이 생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스타=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