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연계 거물' 엘브필 총감독 "임윤찬, 내년 12월 첫 공연"

입력 2025-11-19 11:04
수정 2025-12-0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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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의 명소가 된 엘브필하모니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지난 10월 16일 오후, 엘브필하모니의 총감독 크리스토프 리벤 조이터(61)를 필하모니 사무동에서 만났다.

리벤 조이터는 유럽 공연계의 거물로 꼽힌다. 1991년 빈 콘체르트하우스 총디렉터를 맡아 운영했고, 1996년부터는 빈 현대음악제를 이끌었다. 2007년부터 엘브필하모니로 옮겨와 모든 건설 과정을 관리했고 2029년까지 임기가 연장될 만큼 인정을 받았다. 엘브필하모니와 라이스할레, 두 공연장의 연간 1200회의 공연을 기획하고 함부르크 국제음악제를 개최해 유럽 어느 도시의 음악 축제에도 뒤지지 않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5월 1일부터 켄트 나가노 지휘, 함부르크 국립 오케스트라의 개막 공연으로 시작한 올해 축제는 6월 4일 런던 심포니의 폐막 공연까지 무려 98%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부분이 유료 티켓임은 말할 것도 없다.

사무동 1층에는 마리아 칼라스의 전설적인 리사이틀로 여겨지는 1962년 함부르크 라이스할레 콘서트 사진이 벽 전체에 걸려 있었다. 엘브필하모니는 현재 라이스할레도 함께 운영한다. 실제로 만난 로이터는 훤칠한 키에 ‘독일어권의 지중해’의 전형인 소탈한 오스트리아 사람이었다. 30분 예정된 인터뷰를 훌쩍 넘겨 1시간이 지날 때까지 시종일관 진정성 있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해준 말은 이렇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음악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Musik macht glucklich)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평생 기억에 남을 한 마디가 아닐까 싶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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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떤 계기로 2007년 엘브필하모니에 오게 되었나?

“1990년대 중반에 내가 빈 콘체르트하우스에 있을 때, 30대 초반이었는데 함부르크에서 엘브필하모니 프로젝트가 발표되었고 총감독을 찾게 되었는데 나의 나이와 위치가 적합했고 함부르크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 과거에 일했던 빈 콘체르트하우스와 엘브필하모니는 서로 연관성이 있지만 다른 점도 많을 거라 본다.

“비슷한 게 많다. 빈 콘체르트하우스는 빈 제2의 콘서트홀이다. 빈에는 2개의 클래식 공연장이 있는데 빈 필하모닉의 전용 홀인 무지크페라인이고, 500미터 떨어진 곳에 더 나중에 생긴 빈 콘체르트하우스가 있는데 그래도 1913년에 오픈했다. 그곳은 엘리트주의를 줄이고 다양한 음악 장르와 대중성을 추구해, 20세기 현대음악 뿐만 아니라 팝과 재즈도 공연한다. 엘브필하모니도 비슷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최고의 음악과 함께 많은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 있다.

또 비슷한 점은 오케스트라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의 악단들과 긴밀하게 일하고 있다. 빈은 빈 심포니와. 함부르크는 NDR 엘브필하모니와 협업을 한다. 이름이 우리 홀과 같지만, NDR은 북부 독일방송국 소속이다. 함부르크 국립 오케스트라도 우리 중요한 고객으로 모든 콘서트를 여기서 하고 있다. 우리는 두 악단에 월급을 지불하지 않는다.

빈과 다른 점은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매년 300만명이 엘브필하모니 건물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 음악을 위해서만 오는 것이 아니지만 이를 통해 그들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음악을 들으러 오는 청중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도 있다. 함부르크 시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함부르크의 음악 애호가뿐 아니라 시민들도 여기에 오게 한다.”



▷ 당신의 임기는 2007년에 시작해 2029년까지 연장되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한국 대부분 공연장 디렉터의 임기는 2~3년이다. 장기적인 플랜과 비전을 제시하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2~3년으로는 운영할 수는 있겠지만, 개선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소 5년은 있어야 개선할 수 있고 10년은 지나야 개선한 것이 제대로 적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0년 임기는 보장되는 게 좋다. 예외적으로 25년 동안 한 극장에 있는 분들도 있지만 빨리 변하는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다고 본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기술, 대중의 관심사들은 정말 자주 변한다. 종신 계약은 부정적이다. 10~15년 정도면 괜찮고 2~3년은 정말 짧다.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정치인이 공연장이 정확히 무엇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티켓은 얼마이고 음악가들을 다 섭외할 수 있다면 우리가 따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보다 잘 알지는 못한다. 우리는 매일 대중, 음악가들과 소통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노력하는 사람이다.”

▷ 엘브필하모니의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2017년 개관과 동시에 당신의 콘서트홀은 세계 최고 가운데 하나로 곧바로 자리매김했다. 그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처음에는 시가 아니라 개인이 시작했다. 컨테이너선들은 더 이상 창고를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크레인을 이용해 짐을 배에서 바로 기차나 트럭에 싣게 되었다. 건너편에 새 항만구역이 생겼다. 그래서 옛 항구는 의미를 잃게 되었고 다시 발전해야 했다. 중요한 건물들이 많았지만, 사람들은 이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함부르크는 이미 멋있고 고전적인 극장인 라이스할레가 있다. 누구도 새로운 극장이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2명만 빼고는. 라이스할레는 아름답지만 좀 작으니 새 극장이 있는 것이 좋겠다. 함부르크 항구지역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이 창고를 극장으로 바꾸자고 계획했다.

건축가이자 부동산개발업자인 알렉산더 제라르와 부인 야나 마르코는 바젤의 세계적 건축회사를 찾아가서 어떻게 창고를 극장으로 개조할 수 있는지 의뢰한다. 거기에서 창고를 리모델링하지 않고 그 위에 극장을 올리자고 결정하게 되었다. 이 아이디어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음악 애호가뿐 아니라 정치인, 투자가 등 모든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감탄했다.




원래는 민간 기업이 직접 건축하고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극장 자체만으로는 적자가 많이 나기에 여러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즉 호텔, 식당, 주차 및 주거 공간을 함께 만들기로 계획했다. 결국 기업이 직접 완성하지는 못하고 함부르크 시가 이를 받아서 진행하고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갔지만 처음 구상한 대로 완성되었다.

건축 예산이 계획보다 높아지는 것은 공항이나 역이나 다 그렇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독일은 정말 많은 돈이 투입된다. 처음에 시민들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좋아했지만 계속 일정과 예산이 늘어나고 스캔들도 터지고 해서 개관하기 전까지는 실패한 프로젝트라 여겼다. 그런데 오픈하고 방문하면서 행복해했다.”

▷ 엘브필하모니만의 특징과 따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최고의 건축물이다. 밖에서도 멋진 모습이고 안에서도 건축학적인 미를 강조해준다. 무대나 백스테이지, 사무실 등 모든 곳이 인상적으로 아름답다. 연주자들이 홀에 입장하기 전 분장실에서도 감탄한다.함부르크의 명당 자리에 위치해 있다. 우리 공연장은 삼면에 물이 흐르고 뛰어난 전망, 음향,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건물은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정말 환상적인 건축물이고 최신식이지만 기상천외한 것을 떠올리게 된다. 건물과 콘서트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게 되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고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내용을 건물에 대한 기대감 이상으로 만족시켜야 한다. 또 무대에서 오케스트라가 좋은 음악을 연주해주는 것뿐 아니라 사운드를 잘 들을 수 있고 편안함, 안정된 환경, 서비스 모든 것이 중요하다.”



▷ 엘브필하모니와 라이스할레의 1년 혹은 한 시즌의 총예산은? 총수입 가운데 티켓 수입과 기업 및 개인 후원 비율은?

“총예산 규모는 8000만 유로가 되지만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여러 단체가 홀을 대관하는데 가난한 곳은 할인해주고 때로는 무료 대관도 있다. 나는 극장장 외에 건물의 관리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전체 공연의 3분의 1이 기획공연인데 티켓 수입, 후원, 정부보조금으로 예산을 충당한다. 티켓 수입 50%, 후원 및 기부 25%, 정부지원 25%로 운영된다. 티켓이 다른 곳과 비교해서 많은 전체 수입의 절반인 것은 제작 비용이 큰 오페라는 하지 않고 콘서트 위주라 그렇다.”

▷ 2017년 개관 이후 그로세잘의 음향은 지속적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다. 홀의 음향에 관해 설명해달라. 빈 콘체르트하우스와 같이 19세기에 지어진 옛 콘서트홀과 다른 점은?

“홀 음향을 우리가 변경한 것은 없고 스스로 계속 좋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연주자들이 공연장 소리가 명확하지 않고 겹쳐진다고 했다. 너무 뭉치는 경향이 있었다. 건축가와 음향학자는 몇 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시설의 안정화, 먼지의 유무 등 시간에 흐름에 따라 음향은 변해갈 것이라고 했다.

어떤 연주자들은 위치 변화 등을 통해 적응하고 있다. 각자 어떻게 하는 게 극장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지 계속 배워가야 한다. 다른 홀에 비해 우리는 상당히 청명하고 입체적인 사운드이다. 빈 콘체르트하우스나 무지크페라인은 전혀 다른 음향을 가지고 있다. 더 따스하고 둥글다. 그러나 말러나 스트라빈스키를 연주할 때 미세한 부분은 잘 들리지 않는다. 큰 소음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극장에 따라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엘브필하모니는 아주 깨끗하게 들려서 낭만주의 음악에 적합하다. 세계의 많은 오케스트라가 이곳을 방문해 처음에는 많이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훌륭한 극장이라고 칭찬한다.”

▷ 내가 관람할 3개 공연은 현재 모두 매진되었다. 이렇게 티켓이 빨리 매진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여기 와서 감동하기 때문이다. 개관 후 전보다 3배가 넘는 청중이 클래식 공연을 보러 온다. 전에 비해 3배가 넘는 티켓을 팔고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엘브필하모니와 클래식 공연을 사랑해 주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많은 분이 여기를 찾아와주고 있다.”



▷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일반 성인들에 대한 아카데미에 대해 설명해달라.

“아이들, 청소년, 가족, 학생, 극장에 스스로 갈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다 중요하다. 우리는 다양한 워크샵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악기전시관에서 매일 학생들이 와서 악기를 다뤄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도 있고 아마추어의 앙상블도 운영한다. 음악을 사람들에게 전해 주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다른 이유로 티켓을 살 수 없거나 살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알려주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 2017년 개관 당시와 2025년의 엘브필하모니는 어떻게 달라져 있는가? 장기적으로 당신의 이 콘서트홀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가?

“그 차이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관광객들만이 우리를 인정해주는 것뿐 아니라 지금은 보통 시민들도 우리를 인정해 준다는 것입니다. 엘브필하모니는 모든 사회가 모이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함부르크에 오래 살아온 사람이나 갓 함부르크에 정착한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는 것이다. 함께 모여서 뭔가를 경험하고 흥미진진한 것들을 하는 곳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예전에 비해 요즘 더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휴대폰, 컴퓨터 앞에 홀로 있고 팬데믹도 있었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서로 교류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교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고 축구는 좋지만 시끄럽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집중하고 오프라인에 있을 수 있는 콘서트홀은 우리의 영혼과 건강에도 좋다. 이 역할에 대해 더 알리고 싶다.

우리의 음악 전통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중부유럽 독일어권 지역의 음악가인 바흐, 브람스, 브루크너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 주고 싶다. 베토벤이 누군지 관심이 없어도 우리를 신뢰해서 엘브필하모니는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곳으로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같이 와서 브람스 교향곡을 듣고 “와우 정말 멋지네!”라는 감정을 느끼고 다시 들어보게 하는 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클래식 음악을 전달해 주는 역할이다.”

▷ 한국 연주자의 엘브필하모니 공연에 대해 알고 있는가?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정기적으로 여기에서 공연하는데 지난주에도 왔었고 다음 달에도 연주한다. 함부르크에 팬들이 많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내년 12월에 연주하기로 계약했다. 첫 공연이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클라라하우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