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발한 어선 사고…해경,기상특보 문자만" 단속은 소홀

입력 2025-11-18 17:03
수정 2025-11-18 17:10



태풍 주의보와 같은 기상특보가 발효돼도 해경이 문자만 보내고 단속과 사후 행정처분 등을 소홀히 한 것으로 지적됐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기상 악화 시 어선의 출항을 제한하는 구체적 방법과 절차 규정도 완비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결함이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큰 어선에 대한 조치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8일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어선 안전관리 실태점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발생한 해양사고 1만5086건 가운데 어선에 의한 사고는 65.1%에 해당하는 9826건에 달했다. 어선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사망·실종)는 전체 해양사고 인명피해 603명 중 467명으로 대부분(77.4%)을 차지하며 문제가 제기된 까닭에 감사원이 감사에 나섰다.

감사 결과 해수부는 관련 규정에 기상특보가 발효된 경우 출항 및 조업을 제한하는 기준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는 정하지 않았다. 해경 역시 이에 관한 내부 규정이나 업무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어선 출항 제한은 관할 해양파출소장 재량으로 관내 어선에 기상 정보나 출항 제한 사실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방법으로 이뤄지는 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연락처 조회가 불가능한 일부 관외 어선은 관할 구역 내에 있어도 출항 제한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풍랑주의보에서 태풍경보까지 기상특보가 격상되는 데 따라 어선 규모에 따라 출항이 금지되며, 이를 어기면 어업허가 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해수부 및 해경은 출항 제한을 위반한 횟수나 정도에 따른 행정 처분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임의로 판단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 처분을 요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도 부실하게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조사 결과 남해해역(제주 포함)에서 최근 3년(2022∼2024년)간 기상특보 발효 시 출항 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 사례 3만6716건 가운데 해수부와 해경이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한 사안은 48건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해수부와 해경에 기상특보 시 어선 출항 및 조업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방법 및 절차와 위반 어선에 대한 행정처분 세부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항해 장비나 안전설비 등에 결함이 있는 어선에 대한 출항 제한도 부실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선 안전점검을 하는 해양교통공단은 2022년부터 2025년 3월까지 미수검 어선 593건을 확인하고도 어업관리단에 결함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역시 감항능력(항해 능력)이 검증되지 않고 안전사고 위험이 큰 어선 671건을 적발하고도 98건에 대해서만 신고를 하고 573건은 어업관리단에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어업관리단도 결함 의심 어선에 대한 증거 채집부터 출항정지 명령까지 최대 382일(평균 88일)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사이 해당 어선들은 최대 303일(평균 84일) 동안 출항·조업했고 4건의 어선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게 어선 검사 미수검 어선 처리에 대한 업무지침을 개정하도록 통보했고, 출항정지 명령을 지연한 어업관리단에게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해경청장에게도 결함 신고 대상 어선을 적발한 경우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관리단에 즉시 결함을 신고하는 방안과 결함어선 출항을 통제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