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모임 누가 만들었나"…이장우도 호소한 피로감 실태는 [이슈+]

입력 2025-11-18 19:47
수정 2025-11-19 12:08

결혼을 앞둔 배우 이장우와 티아라 출신 배우 함은정이 청첩장 모임(청모) 문화를 언급한 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지인들 사이에서 관련 고민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청첩장을 건네며 식사를 대접하는 이른바 청모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비용 상승과 겹쳐 예비부부에게는 또 다른 지출 부담이 되고, 지인들에게도 축의금 외 추가 비용으로 다가서고 있어서다.

이장우는 지난 16일 함은정 유튜브 '우리 따로 결혼했어요'에 출연해 "우리는 결혼식을 성대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런 걸 누가 만들어놨는지 그 사람을 찾고 싶다"며 "요즘엔 청첩장 모임도 하더라. 최초로 만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장우는 배우 조혜원과 오는 23일, 함은정은 김병우 감독과 30일 각각 웨딩마치를 올린다.◇예의와 정성 vs 부담…예비부부·하객 사이 온도 차 뚜렷

청첩장 모임은 예비 신랑·신부가 지인들을 따로 만나 식사와 함께 청첩장을 전하는 자리다. 코로나19 당시 "밥이라도 사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결혼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2월 결혼 예정인 사업가 이모 씨(30)는 "1인당 기본 5만원은 쓰는데 친구들끼리 서로 친하지 않다 보니 한 명씩 따로 만나야 한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예상 비용만 300~35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평일 내내 이른 출근, 퇴근 후 바로 서울로 올라가 청모하고 다시 집으로 내려가는 생활을 반복 중"이라며 "남편 직장은 수원인데 청모는 대부분 서울이라 더 힘들다"고 했다.

내년 1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모 씨는 "친한 친구들끼리는 1인 5만원 정도는 당연한 분위기고 흔쾌히 지불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그런데 모임을 잡을 때마다 사람마다 일정이 달라 조율하기 어렵고 조합 맞추는 데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하객 입장에서도 부담은 존재한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8)는 "친한 친구가 청모를 한다고 해 꽃·케이크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며 "축의금에 선물까지 더하면 압박이 크다. 근데 축하해주고 축하받는 자리니 해주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직장인 한모 씨(33)는 "점심 자리면 괜찮지만, 저녁은 술까지 이어져 부담스럽다"며 "매일 보는 직장 동료라면 굳이 밥을 사지 않아도 좋겠다. 결혼식에 가야 해서 주말에 시간을 내야 하는데 평일 저녁에도 또 시간을 내야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인생 첫 청모를 했다는 이모 씨(29)는 "번거롭긴 해도 직접 만나서 청첩장을 받으니 정성스럽게 초대받는 기분이라 좋았다"며 "단지 바쁘다는 이유로 모바일만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기준과 상황이 달라 온도 차가 뚜렷한 셈이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예의를 갖추려면 청모는 당연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다만 어느 정도 가격대의 식당을 골라야 하는지, 누구까지 초대해야 하는지 등 세부 기준은 여전히 혼란스럽다.◇온라인 여론 팽팽…'당연한 예의 문화'vs'최근 생긴 관행'

청모를 '예의'로 보는 시선은 온라인에서도 여전히 견고하다. "청모는 원래 자연스러운 초대 방식이었다", "계좌번호가 적힌 모바일 청첩장이 확산하며 문화가 더 혼탁해졌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이 이어진다.

한 결혼 준비 카페에는 "결혼식에 와주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당연히 해야 한다", "오랜만에 친구·동료 얼굴 보니 좋았다", "종이든 모바일이든 청첩장만 줄 수는 없지 않나" 같은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직접 만나 청첩장을 건네는 과정 자체를 결혼 준비의 한 단계로 여기는 인식도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청모를 둘러싼 피로감과 부담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웨딩 카페에서는 "누굴 위한 자리인지 모르겠다", "퇴근 후 시간을 빼게 하는 게 너무 부담된다",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온다. 참석하지 못한 지인에게 미안한 마음에 상품권 2만원과 모바일 청첩장을 함께 보냈다는 사례도 있다.

실제 통계에서도 이 흐름이 확인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조사에 따르면 청모 경험자 71%는 결혼식 1~3개월 전에 청모를 진행했으며, 장소는 레스토랑(59%)이 가장 많았다. 선물을 준비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9%였지만, 21%는 케이크·상품권·디퓨저 등을 챙긴다고 답했다. 향후 결혼 시 청모를 하겠다는 응답은 84%였고, 그 이유로는 "직접 전달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서"(86%)가 가장 컸다.

반면, 청모를 하지 않겠다는 응답자(16%)는 "서로에게 부담일 것 같아서"(75%), "모임을 가질 만큼 친한 사람이 없어서", "결혼 준비만으로도 벅차서"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부담과 예의 사이에서 여전히 기준이 모호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용 문제에 대한 하소연은 더욱더 직접적이다. "청모 식당을 알아보다 보니 300만원, 500만원은 흔하고 700~800만원 썼다는 후기까지 봤다"는 글부터 "청모 자리에 술이 들어가면 금액이 통제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청모 식당'을 검색하면 강남·홍대·을지로 등 주요 상권의 1인 2만~수만원대 식당부터 수십만원대 고급 레스토랑까지 등장하며, 인원이 늘면 총비용은 금세 수십만~수백만원대로 치솟는다.

이 같은 논쟁은 유튜브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청첩장 모임 무조건 이렇게 하세요' 영상은 조회수 225만 회를 넘기며 사실상 '청모 가이드라인'처럼 소비되고 있고, '청첩장 모임에 700만원 쓰고 후회한 것', '청첩장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 하는 이유' 같은 콘텐츠도 수만 회 조회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찬반이 교차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저가 커피전문점에서 청첩장을 건네는 사례가 논란을 부르거나, 청모 참석 시 축의금을 얼마 내야 하는지 의견이 갈리는 등 기본적인 '룰'조차 통일되지 않은 상황이다. 청모가 하나의 관행처럼 빠르게 퍼지는 만큼 혼란 역시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전문가 "적정선에서 부담 없게…궁극적으로 두 사람의 결정"

전문가들은 결혼 준비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청모 역시 '필수'가 아닌 개인의 관계·경제적 여건·시간 사정에 따라 선택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삼식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모 논쟁의 배경을 '관계 방식의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 사회는 카톡이나 SNS 등 비대면 소통은 매우 활발하지만, 실제로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 방문하는 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결혼 문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대면 소통 자체가 부담스럽고 어려워지다 보니,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직접 만나 청첩장을 주는 자리'가 새로운 부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비대면 중심의 생활방식과 달리 청모는 일종의 역행하는 소통 방식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모 확산에 대해 "주례를 서준다거나 꼭 챙겨야 하는 일부 지인에게는 의미 있는 자리일 수 있지만, 오는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청모를 하는 것은 이중 소비라는 생각이 든다"며 "오히려 청첩장 문구를 좀 더 성의 있게 쓰거나, 결혼식 당일 더 좋은 음식으로 대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모 세대는 더 넓고 얇은 인간관계 속에서 '기브 앤 테이크' 방식으로 결혼식을 치렀다면, 요즘 세대는 인간관계가 더 좁고 실질적이어서 미안함이나 감사함을 직접 표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다"면서 "그렇다 보니 실속이 부족한 소비가 늘어난 경향도 있다. 너무 과한 비용을 들이기보다 적정선에서, 개인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범위에서 하는 것이 맞다. 궁극적으로는 두 사람이 선택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