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방위산업 세일즈에 나섰다. 중동 각국과 외교 지평을 확대해 ‘글로벌 사우스’로 경제 영토를 넓히기 위한 취지의 방문이다.
강 실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대통령께서 특사를 파견하시며 친서와 함께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시는 뜻을 전했다”며 “파르잘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교부 장관을 만나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고 적었다. 파르잘 장관은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해 강 실장과 만났다.
강 실장은 “우리나라 방위사업청과 같은 역할인 GAMI의 아흐메드 빈 압둘라지즈 알 오할리 청장, 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국가방위부 장관과 만나 양국 간 방위산업 협력은 물론, 경제·안보 협력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썼다. 또 “출장 중인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국방부 장관과 전화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강 실장은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서는 ‘하루 만에 이 정도의 최고위급 인사를 만난 사례가 있었을까 싶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 실장은 지난 16일 UAE에선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17일부터 UAE에 국빈 방문하는 이 대통령보다 먼저 찾아 양국 협력의 기틀을 닦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강 실장은 UAE에선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등이 투자해 설립한 인공지능(AI) 및 첨단기술 전문 투자회사 등을 찾았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도 강 실장의 UAE 방문에 동행해 힘을 보탰다.
강 실장이 중동 국가를 순차적으로 방문한 것은 국내 방산업계의 수출 지원 요청도 밑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UAE는 LIG넥스원이 생산하는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2’를 수입한 바 있다. 이들 국가가 무기 체계를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K방산을 눈여겨보는 만큼 향후 무기를 추가로 수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현대로템 K2 전차를 비롯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군함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LIG넥스원의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를 수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항공우주(KAI)의 전투기인 KF-21 도입에도 관심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