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5만달러에 걸맞은 집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5-11-25 06:30
수정 2025-11-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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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안정을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으로 소득, 자산, 가구 구성 등에 따라 대상자가 결정됩니다. 신혼희망타운, 뉴홈, 여성안심주택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공공주택 중심의 공급 대책인 9·7 부동산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 대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과 공공주택의 개발을 골자로 합니다. 주택 공급 목표를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돌려 실행력도 높였습니다. 연평균 27만 가구, 5년 동안 135만 가구 규모입니다.

안타깝게도 시장 반응은 실망스럽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대책이 발표된 이후 계속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대책의 유효기간을 따지기도 전에 가격이 올랐습니다.

공급 확대 의지와 방향성은 뚜렷해 보이지만,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나 용산구 그리고 한강 벨트에 몰린 주택 수요를 흡수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도심의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주택 수요자들의 눈높이 맞추기가 관건입니다.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선호하는 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가격 안정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서울 아파트 공급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내년과 이후 3년은 연간 공급 물량이 1만 가구로 쪼그라들기에 입주절벽이라는 표현이 적합합니다. 다만, 이 기간 신규 공급은 1만 가구 수준으로 더 줄어듭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대부분 재개발·재건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런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아파트 대부분은 이미 주인(조합원)이 있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정비사업에서 신규 공급(일반분양) 물량은 30% 내외에 그칩니다.

정부는 신혼희망타운과 행복주택 등을 언급하면서 2만~3만 가구가 공급된다고 말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이런 임대주택이 부족해서 오르는 게 아닙니다. 수요자들이 이런 주택을 원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주거에 있어 국민들의 눈높이는 많이 높아졌고, 소득이 적다고 아무 주택이나 들어가 살진 않습니다.

LH의 임대주택도 이미 공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늘었습니다. 보통 외곽에 위치하고 규모도 작아 작년 기준으로 5만호에 가까운 공실을 떠안고 있습니다. SH 등 광역시의 도시공사들이 보유한 공실을 모두 합친다면 10만호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공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이라는 명확한 타깃을 가진 물량마저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특히 지방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지방 부동산 침체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분양으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수요자 눈높이에 맞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고급 아파트를 지어본 적도 없는 LH에서 직접 시행하면서 주택시장에 뛰어든다는 것부터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집을 양산할 가능성이 큽니다.

공공은 민간이 나서지 않거나 개발 여건이 불리한 지역에서 인프라 개선을 병행하면서 주거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의 역할을 하지 않은 채 민간 분양과 큰 차이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면 인지도가 떨어지고 입지도 불리하기에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주택시장은 민간과 공공이 상호 협력해서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런데도 민간의 창의성과 노하우를 배제하고 공공이 전면에 나선다면 민간의 물량마저 줄어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시장은 이미 국민 소득 5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주택을 원하는데 언제까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볼 수도 없습니다. 공공은 민간이 시도하지 않는 영역에서 미래 주거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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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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