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50% 폭락'의 악몽…공포에 떠는 투자자들 줄행랑

입력 2025-11-17 21:34
수정 2025-11-17 21:5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불과 한 달 전에 12만 6천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이 한 달 사이 20% 넘게 하락했다. 시가 총액으로는 약 6천억 달러(약 877조원)이 증발했다.

비트코인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16일 93,714달러까지 떨어졌다. 12만 6,251달러를 기록한 것이 10월 6일이다. 비트코인은 17일 아시아 시장에서 그나마 9만5천달러를 넘어서면서 하락폭을 줄였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주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지지라는 환경 자체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자금 흐름은 정체됐고 1천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장기 보유 ‘고래’투자자들이 상당부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트래티지(전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비트코인 투자회사들의 주가는 이제 비트코인 보유 가치에 근접한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이는 더 이상 비트코인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암호화폐 데이터 회사인 낸센의 분석가인 제이크 케니스는 "이번 매도세는 헤지펀드의 차익 실현, 기관 자금 유출, 거시경제 불확실성, 그리고 레버리지 롱 포지션의 몰락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디지털 자산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락의 가장 큰 배경을 반감기 사이클에 대한 설명에서 찾고 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공급량이 약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반감기를 앞두면 투기적 호황이 발생하고 이후 1년~1년반 후에 폭락으로 이어졌던 과거 사이클이 또 나타났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2017년 반감기 때에도 13,000% 이상 급등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 다음 해에는 75% 폭락하는 등 호황과 불황의 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사이클 때는 주로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강력한 컴퓨터를 운영하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반감기 후 1년 여 정도의 가격 상승기에 집중 처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사이클에서도 반감기는 2024년 4월에 발생했고 최고점에 도달한 시기가 1년 반후인 올해 10월이었다. 그러나 자금력이 풍부한 매수자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나리오가 여전히 적용되는지는 더 이상 명확하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비트와이즈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매튜 후건은 “사람들은 4년 주기가 반복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시 50% 하락을 겪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에 앞서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CNBC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두 단계의 하락세를 예상했다. 초기 거시경제적 요인에 따른 매도세와 그에 따른 강제 청산에 의한 급락이다.

디지털 자산 솔루션 회사 헥스 트러스트의 CEO 알레시오 콰글리니는 10월 10일 비트코인의 청산 사태로 전환점이 왔다고 말했다. 완전 청산 사태로 수십억 달러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사라졌다. 그는 “이것은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 상실이 아니라 유동성 재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반을 다시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스토 리서치의 리서치 책임자인 피터 정은 “10월 10일 폭락 이후 유동성이 부족하고 4년 강세 주기가 끝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거시경제적 역풍도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장기 셧다운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디지털 자산 금융 서비스 회사 해쉬키의 수석 연구원 팀 선은 긴축 정책이 ETF에 특히 큰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ETF는 승인 직후 1,0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지만, 거시 유동성 긴축으로 기관 자금 유입이 크게 둔화됐다”고 말했다.

일부 장기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통화 가치 하락, 인플레이션, 그리고 장기적인 통화 팽창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보고 있다.

CNBC와 인터뷰한 업계 전문가들 가운데 이러한 침체가 곧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번 위기는 과거의 위기와는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콰클리니는 ″이 조정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수도 있으며 7만 달러대 초반을 테스트할 수도 있고 어쩌면 잠깐동안 그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2022년과 달리 신용 전염도, 연쇄적 부실도, 시스템적 실패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황이 안정되면 비트코인은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새로운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터 정은 개인 투자자들이 타이밍 매매를 하기 보다는 체계적인 투자 계획을 세워 달러비용평균화 방식, 즉 적립식으로 소액을 매수하는 접근 방식을 취할 것 권했다. 또 뉴스나 정보에 근거한 헤드라인 거래보다는 "기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데 집중하라"고 제안했다.

CNBC와 인터뷰한 해쉬키의 팀 선은 장기 매수자는 기술적인 신호가 아닌 거시적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글로벌 유동성이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완화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상품 전략가 마이크 맥글론은 금과 주식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가운데, 비트코인은 "녹아내리는 위험 자산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등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당분간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