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엄 선포 직전 자신이 “절대 안 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강하게 만류했으나, 윤 전 대통령에게서 “준비가 다 돼 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최 전 부총리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해 특검 측 신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 전 부총리는 계엄 당일 상황을 “상당히 충격적이고 초현실적이었다”고 묘사하면서 그날 하루 동안에 대한 자신의 기억이 “파편적이고 온전치 못한 것 같다”고 전제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자신이 국무위원들이 모여 있던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윤 전 대통령을 향해 “계엄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옆에 있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도 “재고해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 전 총리가 그 자리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냐는 질문엔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최 전 부총리는 이후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 “우리나라 신인도가 땅에 떨어지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재차 만류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이미 결정했다.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별 소득이 없자 그는 집무실을 나와 윤 전 대통령을 말려야 한다고 국무위원들을 설득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50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려 하느냐”는 발언을 했다는 조 전 장관의 지난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너는 예스맨이니 노(No)라고는 안 했겠지”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다소 격앙된 상태에서 강하게 쓴소리를 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최 전 부총리에게 건넸다는 문건에 대한 최 전 부총리의 기존 진술이 공개된 CCTV 영상과 다른 점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최 전 부총리는 실무자로부터 세 번 접혀 있는 쪽지를 받았다고 했는데, CCTV에선 윤 전 대통령이 펴진 A4 용지 크기의 문건을 최 전 부총리에게 직접 건네는 모습이 나온다. 최 전 부총리는 “기억이 CCTV와 달라 당황스러웠다”며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선포 직후 환율이 10분에 10원씩 올라 외환시장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었다”며 “대접견실 내 상황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그는 관련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있다는 이유로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