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겠다고 그제 약속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그룹 회장들을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만나 “여러분에게 정말 필요한 게 규제 (완화) 같다”며 “구체적으로 지적해주면 신속하게 정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여파로 국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언급은 지금 시점에 가장 필요한 얘기이자 반드시 지켜져야 할 약속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엄청난 대미 투자로 국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게 사실이고, 기업이 신규 국내 투자에 나서려고 해도 온갖 규제가 발목을 잡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삼성은 5년간 경기 평택 반도체 5공장(P5) 등에 450조원, 현대차그룹은 로봇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에 12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도 반도체 인프라에 최대 600조원, LG는 소재·부품·장비 기술에 1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정말 총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와 고용 위축에 대한 우려를 걷어내고 경제 활력 회복의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
규제 완화는 과거 진보, 보수 정부 가릴 것 없이 주요 국정 아젠다였다. 그렇지만 제대로 성과를 낸 정부는 찾아보기 어렵다. 말이 앞섰을 뿐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정리하겠다’고 했지만, 기업인이 대통령 앞에서 개별 규제를 거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차제에 정부가 대통령실이든 국무총리 관할이든 기업별 전담 창구를 만들고 고위급 공무원을 옴부즈맨으로 임명할 것을 권고한다. 기업들이 애로를 겪는 노동, 전력, 용수, 입지, 용도, 군사, 보안, 개인정보 등 제반 분야의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개선 로드맵을 만들어야 가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비상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규제 완화 구호는 또 하나의 공염불로 남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