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상장사가 ‘부진한 실적’ 또는 ‘악재성 공시’를 분기보고서 제출 마감일까지 미루다 한꺼번에 쏟아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 보고서 제출 마감일(분기 말로부터 45일)이자 금요일이었던 지난 14일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은 1554건의 공시를 쏟아냈다. 하루 전(388건) 대비 네 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공시도 331건에서 864건으로 161% 늘었다.
투자자의 관심 분산을 노리고 부정적인 공시를 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많았다. 발포제 등 화학 제품을 만드는 금양은 14일 3분기 연결검토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토보고서를 제출한 신한회계법인은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의견거절 사유로 꼽았다.
같은 날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영업실적의 적자 전환 성적표를 공시했다. 3분기 영업손실은 43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가는 이날까지 2거래일간 3.39% 내려 2만5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 정지 상태인 에스엘에스바이오는 분기 매출액이 2억9574만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최근 분기 매출액 3억원 미만 상장사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한다. 2차전지 기업 엔켐도 상반기 대비 줄어든 1~3분기 누적 매출을 공시하는 바람에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뻔했다. 뒤늦게 매출인식 처리 방식 변경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거래소에 알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여파로 이날 주가는 13.89% 급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라면 많은 사람이 회사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춰 공시해야 한다”며 “관심을 분산하려고 공시가 쏟아지는 시점이나 금요일 장 마감 후 악재를 내놓는 기업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