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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업으로 황량했던 부지에 고층의 새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면 세대수와 학생 수도 자연히 증가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학교는 늘어난 학생 수를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신도시가 형성될 때마다 새로운 학교들이 다수 개교하곤 했습니다.
특히 입지 조건이 우수한 신축 아파트 주변에는 새로운 학군이 형성되고 신흥 명문학교가 등장합니다. 입시를 앞둔 학부모로서는 명문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고, 학군에 따라 아파트값이 요동치는 일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학생 수가 늘어났다고 해도 국가는 순순히 학교를 지어줄 리 만무합니다. 국가는 개발사업을 진행한 사업자에게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및 고등학교를 신설하기 위한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합니다. 이런 부담금은 결과적으로 분양가에 반영돼 최종 소비자인 아파트 수분양자가 분담하게 됩니다.
관례적으로 부과되는 학교용지부담금부담금은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20억~30억 원에 이릅니다. 기존에는 분양가격의 0.8%를 부담금으로 산정했습니다(학교용지법 제5조의2 제2항 제1호). 10억 원에 분양받았다면 약 800만 원을 납부하는 셈입니다. 자녀, 취학 학생 유무와 관계없습니다. 부담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고, 부담률을 0.4%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이 개정돼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입니다.
물론 이러한 학교용지부담금은 당연히 '세대수 증가'를 전제로 합니다. 세대수가 증가하지 않으면 학생 수도 늘어나지 않으므로 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법에서도 해당 사업구역 내 세대수가 증가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부과·징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학교용지법 제5조 제1항 제5호). 또한 해당 주택 개발로 인해 아파트에서 세대수가 증가하더라도, 인근 학생 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경우라면 결과적으로는 세대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므로 부담금을 부과하면 안 될 겁니다.
하지만 학교용지부담금의 면제에 대한 1차적인 판단은 지자체장에게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장은 관례적으로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합니다. 주택 개발이 이루어지면 웬만해선 부담금을 부과해 지자체 세수를 확보하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개발업자는 향후 각종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자체장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발업자로서는 억울해도 일단 부담금을 납부해야 할 처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금 자체를 다투려고 한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부과처분 취소를 받아내야 합니다.
소송으로 부담금 취소하려면경기도 안산의 A 재건축정비사업은 총 3개 동 449세대 아파트를 공급하는 사업이었습니다.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자 해당 시장은 해당 조합에 5억 원의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했습니다. 조합은 해당 지역은 최근 3년 이상 취학 인구(0~19세)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학교 신설 수요가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2021년 부담금 부과 당시 인근 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2017년 530명에서 375명까지 감소했고, 경기도 시·군 단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안산시 학령인구는 2017년 12만7435명에서 2027년 7만4861명으로 약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심지어 안산교육지원청도 정비사업으로 인해 학교 신설 및 증축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약 2년간의 소송 끝에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으로 부과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B 재개발정비사업은 총 1856세대의 아파트를 공급하는데, 해당 구청장은 약 10억 원의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조합은 B 사업 통학구역의 취학 인구가 2017년 4만7206명에서 2021년 4만982명으로 감소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해 현재 상급심이 계속 중입니다.
서울 금천구의 C 개발사업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해당 구청장은 관내 주상복합아파트 2동과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C 개발사에 2017년 약 15억 원의 부담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러자 C사는 개발사업으로 인해 증가하는 세대수는 주상복합아파트 432세대와 오피스텔 427호에 불과하고, 증가하는 학생 수는 인근 학교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는 2017년 부담금 부과 전까지 감소하던 취학 인구가 2017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통학구역 내 신설된 초등학교 학생 수도 2018년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법원은 부담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C사는 15억 원의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3개월 후 다투려면 하자가 중대·명백해야잘못된 부담금 부과는 취소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취소소송은 부담금 부과 시점으로부터 3개월 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만약 3개월이 도과하거나(법률상 '불가쟁력') 이미 부담금을 납부한 경우에는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 없고, 해당 부과가 당연무효임을 주장해야 합니다.
당연무효로 다투려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원칙(이른바 '중대·명백설')의 법리가 적용되므로, 단순한 오류만으로는 무효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인정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악구의 D 재개발사업 사례는 당연무효로 인정된 경우입니다. 해당 구청장은 2018년에 약 7억 원의 부담금을 부과했고, 조합은 이를 납부한 뒤 3년이 지난 후인 2021년에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구청이 '기존 가구 수' 산정 시 '세입자 가구 수'를 제외하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구청은 가구 수 산정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세입자 세대를 제외하는 것은 일반적 해석에 맞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구청은 조합에 7억 원과 이에 대한 5% 지연이자를 환급해야 했습니다.
강동구의 E 재건축사업의 경우도 조합은 이미 인근 교육지원청에 45억 원을 기부채납했고, 해당 지원청도 학교용지부담금 면제를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구청장은 7억 원의 부담금을 부과했습니다. 법원은 이 부담금 부과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단해 무효로 결정했습니다.
학교용지부담금은 사업자 상황에 따라 부과 적법성에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부담금이 부당하다고 느껴진다면, 부과 시점으로부터 90일 내에 소송을 제기해 취소소송으로 적극 다투어야 합니다. 만약 90일이 지났거나 이미 납부하였다면, 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야만 다툴 수 있습니다. 90일의 기한을 놓치면 중대·명백한지도 밝혀야 해서 다투기 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