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캐나다 연기금 PEF 투자 늘리는데…한국은 '정치권 눈치'

입력 2025-11-17 16:40
수정 2025-11-18 00:25
▶마켓인사이트 11월 17일 오후 4시 40분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은 사모펀드(PEF)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에 비해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해 포트폴리오의 핵심 자산군으로 삼고 있다. PEF 투자에 제동이 걸린 국내 연기금 상황과 대비된다.

17일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출자자(LP)들은 잇달아 PEF 출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2022년 500억달러(약 72조원) 수준이던 PEF 투자 규모를 최근 920억달러(약 133조원)로 확대했고,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2008년 11% 수준이던 PEF 투자 비중을 최근 29%까지 높였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전체 자산의 40%를 PEF에 배분하고 있다.

올해 국민연금의 PEF 투자 평가액도 90조6000억원으로 2020년 33조원 대비 2.7배 늘었다. 이 기간 연평균 수익률은 16.53%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4.59%)과 해외 주식(15.90%) 수익률을 웃돌았다. 다만 전체 자산 중 비중은 7.33% 수준으로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쳤다.

양호한 수익률과 해외에 비해 작은 비중에도 국민연금은 PEF 출자 확대에 머뭇거리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가 MBK파트너스의 최대 출자자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책임론으로 번지면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PEF 관리·감독 체계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규제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국민연금이 올해 신규 PEF 출자를 연기하면서 출자 시장도 냉각되는 추세다.

PEF 투자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콘테스트에 의존해온 한국식 출자 방식에 대한 개편 논의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한국에선 매년 연기금·공제회가 정한 날짜에 공개 경쟁을 통해 출자 운용사를 선정해왔다. 출자 과정에서 공정성을 최우선에 두면서 굳어진 관례지만 소수의 대형 운용사가 출자 사업을 나눠 갖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국내 PEF 관계자는 “감사나 책임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LP들이 점점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되고, 그 결과 시장이 굳어지며 새로운 펀드가 설 자리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