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칼럼
기업의 인수합병(M&A)은 자본시장의 꽃이다. 단순히 기업 간 합병을 넘어 사업 운영 효율성, 시장점유율 확대, 기술 융합, 재무구조 개선 등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자본의 효율적 재배분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인수기업은 피인수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고려해야 할까. 이는 경영학의 신호 이론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신호 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특정 의사결정(인수합병)을 내림으로써 기업 성장 및 기업가치 증진과 관련한 정보를 외부에 전달할 수 있다. 만약 인수합병 과정에서 ‘ESG 정보’를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외부 투자자에게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 M&A 딜의 초기 단계부터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ESG 리스크 실사(Due Diligence)’를 실시하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피인수기업이 보유한 사업장의 탄소배출량과 환경규제 관련 소송 여부(이하 환경), 열악한 노동환경과 공급망 내 인권 문제(이하 사회), 비합리적 경영진 보상 체계와 열악한 소수 주주 보호 장치(이하 지배구조) 등이 인수기업 입장에서 인수 프리미엄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ESG 리스크 실사의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16년 프랑스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토탈의 배터리 제조업체 사프트(Saft) 인수다. 최종 인수 금액만 9억5000만 유로로, 우리나라 돈으로 1조6000억 원가량의 메가 딜로 꼽혔다. 당시 국내외 인수합병 시장은 현재처럼 ESG 실사 의무에 대한 요구와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지만, 토탈은 인수 당시 사프트의 분쟁 광물(conflict minerals)을 비롯해 환경(E)과 사회(S)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철저히 조사했다.
인수 8년 만인 2024년 사프트는 ESG 평가기관 에코바디스로부터 플래티넘 메달을 획득하는 등 상위 1%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인수기업뿐 아니라 피인수기업의 ESG 성과 개선이다.
ESG 리스크 실사의 중요성은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도 뒷받침된다. 차이 홍위와 덩 치윈이 올해(2025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ESG 사건, 특히 환경·사회문제는 기업 간 합병 성공 확률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인수기업과 인수기업 모두의 합병 성공 가능성은 물론 인수 프리미엄마저 낮췄다.
또 닝 탕 외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ESG 경영 수준의 격차가 큰 기업 간 M&A는 인수 발표 시점 전후의 누적 비정상 수익률(CARs) 감소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결국 인수 이전 단계에서 체계적 ESG 리스크 실사 과정이 M&A 성공에 필수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기업의 의지다. 기업 실사 단계부터 피인수기업의 ESG 경영 수준을 인수기업의 기준으로 검토하되, 인수 후에는 반드시 인수기업의 표준으로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수 후 통합 단계에서 ESG 요소를 융합하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단순히 ‘두 기업의 ESG 보고서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ESG 가치를 창출하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 ‘인수 후 지속가능성’이라는 신호를 외부 투자자에게 보내기 위해서는 ESG 경영에 대한 인수기업의 진정성이 중요할 것이다.
조진형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