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원창동 물류센터(사진) 개발사업과 관련된 1심 소송에서 신한자산신탁이 패소했다. 책임준공 약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이 제기한 575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이다. 다른 신탁사들도 비슷한 법적 논란에 시달리고 있어서 ‘줄소송’이 본격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는 지난 6일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피고 측이 575억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책임준공과 관련된 PF 대주단과 신탁사 간 분쟁을 촉발한 ‘1호 사건’으로 꼽힌다. 원창동 물류센터는 당초 2023년 4월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원자재 수급 차질과 공사비 급등 등으로 완공 시점이 1년 가까이 늦어졌다. 대주단은 2021년 대출을 실행하며 신한자산신탁이 체결한 책임준공 확약을 근거로 대출원금 전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신한자산신탁은 재판 과정에서 “약정 중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상당’이라는 표현은 손해의 최대한도를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문언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금’이라는 표현이 없고, 시공사와 달리 신탁사에는 병존채무 인수 조항도 없으므로 실제 손해만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특정 금액을 기재하지 않아도 되고,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표현이 없더라도 분쟁 없이 액수를 확정할 수 있으면 족하다”며 “당사자의 의사는 책임준공의무 미이행 시 손해액을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로 명확히 특정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신탁사 측이 주장한 ‘자본시장법 위반’ 논리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책임준공 약정은 신탁업자 자신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무일 뿐 투자자에 대한 손실보전 약속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신한자산신탁은 책임준공 소송에서 평택·안성 물류센터 사건에 이어 3건 연속 패소했다. 현재 이 회사가 피소된 책임준공 관련 사건만 10여 건, 추정 소송가액은 3000억원을 넘는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원창동 사건은 구조가 복잡하고 금액이 가장 큰 리딩 케이스였다”며 “신탁사가 패소하면서 ‘전액 배상’ 법리가 사실상 기준으로 굳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