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공시가 몰리는 분기보고서 제출 마감일 '악재성 공시'를 내놓는 흐름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4일 코스닥 상장사들은 1554건의 공시를 쏟아냈다. 13일(388건) 대비 4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공시도 331건에서 864건으로 161% 늘었다. 14일이 3분기 보고서 제출 마감일이었기 때문에 공시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정기보고서 제출 마감일에는 공시 건수가 급증한다.
하지만 공시가 몰리는 틈을 타 악재성 공시를 쏟아낸 기업도 적지 않았다.
금양은 2025년 3분기 연결검토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토보고서를 제출한 신한회계법인은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의견거절 사유로 꼽았다. 3분기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6452억원 많았기 때문이다. 또 분기 재무제표 주석에 대한 검토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검토 절차가 제약됐다고 설명했다.
금양은 지난 3월에도 2024년도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통지를 받아 거래 정지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 회사와 함께 4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납입일이 차일피일 밀리며 경영 정상화도 요원하다.
한 투자자는 금양 종목 토론방에 "상장폐지된다고 가정하면 손실액이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탄했다. '강제로 장기투자 당했다'며 하소연하는 투자자도 많았다.
실적이 크게 악화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에스엘에스바이오는 분기 매출액이 2억9574만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최근 분기 매출액이 3억원 미만이거나 반기 매출액이 7억원 미만인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한다.
지난 6월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식약처로부터 시험검사기관 재지정 신청이 불허되며 의약품 품질 시험 부문 영업정지를 받았다. 지난달 10월 의약품 품목허가를 재취득해 영업활동 정지 사유가 해소됐다고 밝혔다. 에스엘에스바이오는 2026년 8월 31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엔켐과 케이지에이의 별도 기준 분기 매출액도 3억원을 밑돌아 잠시 거래가 정지됐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엔켐 외부감사인의 확인서 등을 확인한 결과 분기 매출액이 3억원 이상에 해당해 거래 정지가 해제됐다. 케이지에이도 매출 내역 검토 결과 한 건이 누락돼 3분기 매출은 3억4537만원을 기록했다고 정정공시했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적자 전환했다. 3분기 영업손실은 4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8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5% 줄었고, 순손실은 26억원을 기록했다. 더본코리아는 점주 상생을 위한 특별 지원금과 본사 지원 프로모션 비용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도 3분기 영업손실 5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38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으며 당기순손실은 602억원에 달했다. 경쟁이 심화해 실적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실적에 부담을 줬다. 항공기 임차료, 정비비 등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이 늘어나면서다.
주류 시장 침체 여파에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한 5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6695억원으로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438억원에서 339억원으로 22.6% 쪼그라들었다.
코스닥 상장사 아이엠과 퀀텀온, 선샤인푸드 등은 3분기 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았다. 아이엠은 상반기 '의견거절'을 받았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아이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아이엠이 법원에 상장폐지결정등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해 절차가 멈춘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시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악재를 장 마감 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투자자들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