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택 5공장에 60조…현대차는 로봇·AI에 50조 쏟아붓는다

입력 2025-11-16 17:52
수정 2025-11-19 09:02

4대 그룹이 애초 계획보다 국내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은 한국을 ‘마더팩토리’로 삼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더라도 핵심 제품 생산과 연구개발(R&D) 기능을 갖춘 ‘모(母)공장’은 계속 국내에 둘 뿐 아니라 그 기능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생산제품 대부분을 해외에서 판매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역대급 국내 투자’를 약속한 이유다. 이런 방침에 따라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공장인 평택 5공장(P5) 건설 재개에 들어갔고, 현대차그룹은 국내 투자액의 70% 이상을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첨단산업과 R&D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국 곳곳에 공장 짓는 삼성
삼성전자는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어 P5 골조공사 투자를 승인했다고 16일 발표했다. P5 건설 재개는 2023년 15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부문 적자 등의 여파로 공사가 중단된 지 약 2년 만이다. 전체 투자 규모는 60조원대로 추산된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P5는 가로 650m, 세로 195m 규모 초대형 복합 공장으로, 10나노급 6세대(1c) D램 및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생산하는 ‘메가 팹’ 역할을 맡는다. P5 착공은 글로벌 AI 메모리 수요 폭증에 적극 대응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경쟁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삼성의 승부수다.

삼성은 이와 함께 수도권에 집중된 설비투자를 지방에 골고루 분산하기로 했다. 광주는 ‘AI 가전’의 중심으로 키우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수한 유럽 공조기업 플랙트그룹의 기술이 담긴 산업용 공조기 생산라인을 광주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S는 ‘AI 인프라’의 거점을 전남과 경북 구미 등에 구축한다.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 거점을 울산에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8.6세대 정보기술(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삼성전기는 부산을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FC-BGA)의 글로벌 전초기지로 육성하기로 했다. ◇현대차 “로봇·AI 집중 투자”현대차그룹이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국내에 투자하기로 한 125조2000억원 중 71.1%는 미래 신산업(50조5000억원)과 R&D(38조5000억원)에 투입된다. 여기에는 로봇, AI, 전기차, 수소,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현대차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기술이 다 들어간다.

지난해 생산한 자동차의 82.7%를 해외에서 팔았지만 현대차그룹의 미래는 한국에서 그린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투자의 핵심은 국내에 AI와 로봇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라며 “피지컬 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다품종 로봇 생산이 가능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생산과 수출도 늘린다. 지난해 218만 대이던 완성차 수출을 2030년까지 247만 대로 13.3% 확대하기로 했다. ◇SK, 용인 클러스터에 600조원 투자SK그룹은 반도체 인프라 구축에 최대 600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애초 2028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공정 첨단화에 따른 투자비 증가로 용인 클러스터 투자비가 6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소부장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5년간 예정된 100조원의 국내 투자 금액 중 60조원을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최종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후방 산업을 튼튼히 해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얘기다.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 충북 오창, 충남 예산 등 공장 세 곳에 3년 동안 4조원 규모의 시설 투자에 나선다. 올해 6000억원 규모인 R&D 비용은 2027년까지 1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양길성/김채연/안대규 기자 vertigo@hankyung.com